악성민원 근절 방안은?…범정부 TF팀 가동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악성민원인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악성민원인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전국공무원노동조합/

 

지난 5일 김포시 소속 9급 공무원인 A(39)씨가 인천 서구의 한 도로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온라인에 실명과 소속 부서, 전화번호가 공개되고 악성 댓글 등에 시달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의 신상이 올라온 온라인 카페에서는 ‘(A씨의)멱살을 잡고 싶다’,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 등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노총)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악성 민원이 늘어나도 정부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보니 공무원들의 인권은 없어졌고 남은 것은 죽음, 질병 퇴사 뿐”이라며 “공무원 입장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노조 김영운 부위원장은 “공무원이 점점 민원인의 감정 쓰레기통이 돼가고 있다. 범죄에 해당하는 민원들까지 참아내고 해결해야 한다”며 “악성민원 처벌 강화 요구는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악성 민원으로 희생된 공무원들의 고통을 상징하는 다잉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공노총이 지난해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7061명 가운데 84%가 최근 5년 사이 악성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악성 민원을 받은 횟수는 월평균 1∼3회가 42.3%, 1회 미만이 30%, 6회 이상이 15.6%, 4∼5회가 12.1%로 집계됐다.

응답자들은 악성 민원에 따른 후유증으로 퇴근 후 당시 감정으로 인한 스트레스, 업무 집중력 감소 등 무기력함, 새로운 민원인 상대 두려움 등을 꼽았다.

이런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서이초 교사가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등진 사건이 얼마 안 됐는데 똑같은 일이 또 벌어졌다”고 분노했지만 이같은 고통은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는 지난 2020년 9월 창원시 월영주민센터에서는 민원인이 음주 후 공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2021년 9월 합천군에서는 주민들이 공무원에게 분뇨를 뿌리기도 했다.

이에 경남 각 지자체에서도 공무원 보호에 나섰다. 지자체들은 민원실 비상상황 모의훈련을 가지고 민원응대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인의 폭언·폭행 대응에 집중했다.

양산시, 남해군, 창녕군, 하동군, 고성군 등은 김포시 공무원 소식이 알려진 이후 ‘특이민원 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거창군에서 진행한 특이민원인 대응훈련. 이날 대응 훈련은 민원담당 공무원과 민원이 보호를 위해 진행됐다.
거창군에서 진행한 특이민원인 대응훈련. 이날 대응 훈련은 민원담당 공무원과 민원이 보호를 위해 진행됐다.

 

이 중 양산시는 지난 14일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현장 대응능력 향상과 악성 민원의 위법행위로부터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비상상황 대응 매뉴얼’에 따라 모의훈련을 실시했고, 모의훈련 진행은 소동을 피우는 민원인을 진정과 중재 시도, 비상벨 호출, 피해공무원·방문민원인 대피, 경찰 출동, 가해 민원인 경찰 진압 및 인계 등의 순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나동연 양산시장이 민원담당 공무원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복잡 다양해지는 민원요구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시 민원담당 공무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양산시의 얼굴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더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민원업무 담당자들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민원창구 안전유리 설치, 비상벨 155개, CCTV 62대, 녹음전화 및 보호조치 음성안내 등을 운영 중에 있다. 

또 민원대에는 웨어러블 캠 40대를 비치해 안전사고 예방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시는 안전한 민원 서비스 환경조성을 위해 물금읍에 안전요원을 우선배치할 계획이며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거창군에서도 지난 18일 거창군청 민원실에서 거창경찰서와 합동으로 민원담당 공무원과 민원인의 보호를 위한 비상상황 대비 모의훈련을 시행했다.

거창군은 민원실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CCTV와 비상벨 설치, 녹취시스템, 휴대용 영상기록장치를 운영 중이며, 민원담당 공무원의 정서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힐링프로그램과 직원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훈련들은 매년 하는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이지만 공무원 보호에 더 집중했다.

하지만 정부적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악성민원으로 인한 공무원들의 고통이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민원인의 위법행위를 근절하고 민원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일부터 의견 수렴 및 대책 마련을 위한 내부 TF를 운영해 왔으며 20일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주재로 관계기관 국장급 및 진주시를 포함한 지자체 민원부서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범정부 관계기관 TF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TF에서는 지금까지 마련된 ▲위법행위 대응 ▲민원제도 개선 ▲민원공무원 처우개선의 3개 분야 과제에 대한 추진 방안을 논의하고 민원 현장의 의견과 전문가 조언을 청취했다.

특히 위법행위와 업무방해행위에 대한 기관 차원의 대응 강화, 종결 대상 민원 확대, 행정기관-경찰청 협조체계 공고화, 민원공무원 애로사항 해소 등 다양한 내용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또한 악성민원 대응 관련 외국 사례에 대한 전문가 제언을 바탕으로, 유사 제도들의 국내 도입 가능성 등도 논의했다.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부계획을 수립해 부처합동 개선안을 신속하게 추진한다.

그동안 행정안전부는 안전한 민원환경 조성을 위해 민원처리법을 개정해 민원 처리 담당자 보호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같은 법 시행령을 개정해 CCTV 및 휴대용영상장비 운영, 법적 대응 전담부서 지정 등 구체적인 보호조치 내용을 규정했고, 민원실 안전을 위한 안전요원 등 인력배치 기준을 시행규칙에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위 ‘악성민원(민원인의 위법행위)’에 따른 공무원의 인명사고 등의 문제가 지속되고 있어 관계기관 협업을 통해 악성민원을 근절하고 정상민원은 보장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장의 의견도 적극 수렴하고 있다. 지난주 김포시, 서울시 등 자치단체 민원 담당 부서, 3대 공무원 노조와의 간담회를 가졌고, 모든 기초자치단체에 서면으로도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장 의견을 최대한 수렴 중이며, 이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민원 업무를 많이 담당하고 있는 청년층 신규공무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경청하는 등 실질적이고 내실 있는 현장 소통을 추진할 방침이다.

행안부 고기동 차관은 “더 이상 악성 민원으로 인해 민원 공무원이 고통을 겪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자”라며 “앞으로는 민원공무원이 악성 민원으로 방해를 받지 않고 신속·공정한 민원처리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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