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비

조 평 래

 

위화도 회군, 회군

나의 청춘도 꿈도

물거품 되어 흘러갔다

고토 회복, 새 역사

반역의 말굽에 짓밟혔네

만주의 주인이

천하를 호령하리니

원과 명을 보아라

알량한 불사이군 누가 말하나

나의 뜻 거기에 있지 않다

죽어서 여기

글자 없는 돌비 하나 세우니

누가 내 마음 읽을 수 있을까

 

- (함안을 소재로 한 시), 2023 함안문학

 

◇ 시 해설

 웅장한 스케일에 섬세함을 더하는 조평래 소설가가 쓴 시를 본다. 고려시대를 출발하여 현세를 오면서 고구려의 영광을 기리는 내용을 시로 쓴 것이다.

 한 시대를 바꾸기 위한 고뇌에는 역사의 평가가 따른다. 이성계와 최 영, 두 장군이 왕의 의견에 대해 이견을 가졌다. 최 영장군은 압록강 건너 요동벌 점령하여 명나라를 물리치자고 하지만 능력도 때도 적절치 않다는 이성계 장군은 압록강 위화도에서 회군(군대를 되돌림)하게 된다. 비교가 안 되는 약한 군사력으로 전투 실패 시 고려는 짓밟히어 나라가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니 당장 싸움은 피하자고 했다. 이를 계기로 고려는 조선으로 왕조가 바뀌게 되었으며 이는 이성계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다.

 시인은 최 영 장군의 입장에서 본다. 만주벌판을 발아래 두고 천하 재호령을 희망하였는데 반군에 의해 꿈이 좌절되었으니 그 아쉬움이 너무나 컸음을 추정한 것이다. 만주벌판은 고구려 땅이요, 우리의 땅이니 이를 되찾아 그 위용 다시 갖추어 대국으로 당당히 살고자 함인데 회군이라니, 꿈도 청춘도 물거품이 되었으니 가슴을 치고 땅을 치고 싶은 심정으로 좌절을 한스러워 한다.

 죽어서 공덕비가 무슨 영광이고 위안이 되련가, 내 비문에는 아무 글자도 쓰지 말거라. 싸우다 쓰러진 군인, 학도병, 승병 어디 제 묘비석 제대로 갖춘 것이 있던가. 나뭇가지 하나 꺾어 심고 비에 젖고 삭으면 그뿐인 것, 한 사람이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알량한 소릴랑 하지를 마라. 한 지붕 아래에서 내편 네 편 하지 말고 더 광대한 세상 만들어 백성들이 발 뻗고 편안히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니라.

 ‘내 뜻은 거기에 있지 않다‘ 고 조평래 작가가 웅변한다.

 

◇ 조승래 시인은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서울문학광장 이사,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시향문학회, 시와시학 문인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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