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은 매인 것을 푸는 것이고 선화는 그 풀림이 먹과 붓으로 표출되는 것”

참선 중인 성각 큰스님.
참선 중인 성각 큰스님.

 

해발 786m, 망운산, 이 산은 남해군 서면 연죽리에 위치해 있다.

주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며 남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망운산(望雲山)은 구름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인데 주변 일대 운해(雲海)가 자주 형성되기 때문이다. 운해가 자주 발생하는 시기에는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정상에는 송신 철탑이 있으며 노구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다.

망운산(望雲山)은 남해군 서쪽에 자리하며 남해 일대의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정상에서 북쪽자락으로 화방사가 있고 남쪽으로는 용두봉(709m)과 학성봉(615m), 물야산(411.8m)으로 이어진다. 정상에서는 한려수도 일대가 한눈에 조망되며 북쪽 방면으로는 지리산 천왕봉과 노고단, 반야봉 등이 조망된다.

봄보리가 파랗게 물오른 남도 들녘을 따라 망운산 정상에 위치한 영험도량 망운사를 찾았다.

망운산 계곡 물소리가 깊어지고, 새싹 움트는 봄날의 만산만야가 그대로 자연의 법문을 펼쳐내고 있다.

망운사는 탤런트 여운계 씨가 열반에 들기전에 망운사 대웅전에서 108참회기도를 올렸다.

“불성(佛性)은 일체의 번뇌나 망상이 없고 분별심 없는 마음임을 명심하겠나이다. 내가 가진 본래의 불성을 자각해 부처님과 같은 반야의 지혜로 일상의 모든 일을 대하겠나이다. 자연 그대로인 불성을 깨쳐서 이 자리의 내가 나의 주인이 되겠나이다. 언제나 머무는 곳에 내가 주인이며 그곳이 바로 극락임을 알겠나이다(108참회문 67~71절)”

트로트 가수 설운도는 꽃다운 나이에 하늘로 간 누이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이 절에 누이의 위패를 모셨다.

망운사 자락 산문(망운사)에 늘어선 옛 부처들의 부도탑 뒤로 동백이 선혈처럼 붉다.

망운사에는 선화의 대가 성각큰스님이 주석한다.

동의대 이은정 동의지천교양대학 교수는 성각 큰스님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평한다.

“성각 스님의 선화는 한국의 선화 중에서 동심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 스님은 우리의 마음을 순진무구한 동심으로 되돌리게 하는 천진성 속에 천심과 불심과 동심이 있다고 강조하는데 그것은 곧 진여이기도 하다. 스님은 전통 선화에서 진일보해 산, 동자상, 분타리화, 달마상, 동자승을 그린다. 동자의 미소가 표현된 성각 스님의 일원상은 모두 이어져서 완결된 것이 아니라 그리다 만, 열린 원상이다”

전 동국대학교 이사장 법산 스님은 “선화는 선수행과 전통 문화예술에 근간을 계승하면서도 수행자의 독창성이 만들어 내는 장르이기 때문에 선수행과 전통예술에 인연의 계기가 없으면 감히 접근하기도 어려운 화법”이라며 “성각 스님의 그림 속에는 선정의 적적함이 자리하고 있고, 그림의 당체는 선이라는 전제가 있다. 민둥산 속에 반야의 지혜가 숨 쉬고, 금가마귀가 노래하고, 옥토끼가 춤추는 법성의 진상에 젖으며 자신도 모르게 동자의 미소를 피워내기 때문이다”고 평했다.

성각 큰스님을 친견하기 위해 망운사를 찾았다. 절 일주문 현판을 보니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지나간다.

일주문 편액에 망운산 망운사(望雲山 望雲寺) 호랑이같이 생긴 글씨가 움틀거린다. 이 편액은 하동 쌍계총림 쌍계사 방장 고산(1933~2021)스님의 글씨다.

조계종 제13교구 쌍계총림 말사인 망운사는 고려시대 수선사(현 송광사) 진각국사가 창건한 암자로, 화방사의 부속압자로 화방사를 건립할 때 같이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서니 약사전 앞에 팔각 진신사리탑이 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에게 태국왕이 보내 온 진신사리 5과가 봉안돼 있다고 한다,

망운사에서 우리가 놓치지 않고 지켜봐야 할 것이 있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333호, 망운사 석조보살좌상(石造菩薩坐像). 이 좌상은 현재 망운사 관음전(觀音殿) 법당에 도금된 양호한 상태로 봉안돼 있다. 

머리에 보관을 쓰고 양쪽 무릎 위에 두 손을 각각 나란히 뒀으며 오른쪽 발은 군의 바깥으로 노출된 반가부좌의 보살상이다. 

총 41.2㎝ 높이의 중소형 불상으로, 대좌를 생략하고는 그 외 양호하게 잘 남아 있다.

기자는 망운사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린 후, 성각 큰스님을 친견했다.

큰스님이 주석하는 망운사 선화당(禪畵堂)은 차향이 그윽했다.

스님은 ‘맑고 고요해 벌거벗고 속을 다 드러냈구나(淸淨廖廖 赤條條)/물이 능히 빠뜨리지 못하고 불도 능히 태우지 못하는도다(水不能漂 火不能燒)’로 시작되는 법어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스님은 선차(禪茶)의 명인답게 온화하고 맑은 미소 속에 손수 제조한 작설차를 따르며 부처님 말씀을 들려준다.

“우리는 인연 따라 사람의 몸을 얻어 잠깐 이 세상에 온 거야. 그 인연으로 밝게 살다가 좋게 가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해. 어둡게 살다가 어둡게 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 내가 가는 곳을 똑바로 알려면 항상 마음자리를 돌이켜 봐야 해”

스님은 먼저 탐(貪·탐내는 마음), 진(嗔·성내는 마음), 치(癡·어리석은 마음)의 삼독(三毒)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세상사람들이 삼독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각 큰스님은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19호 선화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성각 큰스림이 그려낸 선화.
성각 큰스님이 그려낸 선화.

성각스님의 은사인 고산 대선사는 성각스님 무형문화재 지정 축하 법어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참선과 붓글씨를 연마한 지 30년 만에 인간문화재를 능히 성취한지라 방울물도 쉬지 아니하면 능히 돌을 뚫고 쉬지 않고 노력한 성각스님은 오늘에 불 가운데 연꽃처럼 피었도다. 날마다 부지런히 무생인을 닦아서 몰록 자성인 본래부처를 깨칠지어다. 한번 뜀에 곧 여래의 지위에 들어가서 자기도 제도하고 다른 이도 제도해서 국토를 청정케 할지어다”

기자는 망운사 선화당(禪畵堂)에서 스님에게 “선화는 무엇이며 선화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망운사(望雲寺) 성각 큰스님이 선화를 그리고 있다.
망운사(望雲寺) 성각 큰스님이 선화를 그리고 있다.

스님은 “선화(禪畵)는 수행자의 참선수행 과정이자 결과로 화법이나 서법의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경지를 형상화한 선 미술입니다”라며 “선의 특질은 불이(不二) 또는 무심론(無心論)에 바탕하고 있으며, 선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선화, 선 예술의 창조행위는 새롭고 무한한 전통문화 창조의 길을 열어주지요”라고 답했다.

끝으로 성각스님예하께서는 “선(禪)은 매인 것을 푸는 것이고 선화는 그 풀림이 먹과 붓으로 표출되는 것”이라며 “결국 선은 마음을 치유한다”고 전했다.

스님의 말씀을 의역하면 “선화를 그리다보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공포, 불안, 갈등을 말끔히 씻어 없애준다. 정신이 맑아져서 치매가 예방되고 건강에도 좋다”와 다름 아니다.

스님의 말씀에 불현듯 선화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인다.

스님의 말씀을 가슴에 묻고 망운사를  빠져 나왔다.

 

“선화에 깊이 천착해보시게, 그러면 집착이 끊어져 항상 평온한 마음상태가 됩니다. 대자연과 한 몸이 돼 절대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대안락(大安樂)의 해탈도(解脫道)에서 자유자재한 용심(用心)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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