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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구양수의 3多’와 ‘대한민국 정치 3다’…이제는 바꾸자
기사입력: 2022/07/05 [12:51]
김회경 편집국장 김회경 편집국장 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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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회경 편집국장

11세기 초 중국 송나라 사상가이며 정치, 철학자, 문장가인 구양수 선생이 있었다. 이분은 정치를 행함에 있어서 단순히 역사적 지식이나 전쟁에서 전략 등을 중요시했던 당시 시대 상황과는 다르게 서정적인 부분을 중요시 여겼던 별난 사상가였다. 관직의 등용문인 과거에 정성적인 평가 항목을 넣어야 한다고 주창한 분이다. 다시 말해 'A 나라가 쳐들어오면 어떻게 방어할 건가', 'B 나라와 외교적 마찰을 어떻게 풀 것인가' 등과 같은 종래의 과거 시험 논제에서 벗어나 '저 들판에 홀로 핀 국화꽃을 보고 느낀 점은?' 같은 논제도 출제하자는 주장이었다.


종전의 서사적 논제는 답이 천편일률적인 반면, 뒤의 서정적 또는 정성적 논제는 가슴 속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만큼 응시자의 품성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요즘 우리 정치권을 바라보면 구양수 선생이 1000여 년 전에 던진 논제가 새록 떠오른다. 구양수 선생은 3多를 주창하셨다.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견주어라(多商量)고 설파하셨다. 글을 잘 쓰려면 남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하는 것쯤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多商量(다상량)은 후대인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많이 생각해보라'와 '이것저것 많이 견주어 보라'는 의미로 엇갈린다. 어찌 됐건 어떤 사안이 있으면 혼자의 생각을 내뱉을 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 견주고 또 어제 오늘 미래를 살펴서 내뱉으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무방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다상량이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국가 경영을 논하는 과정에 깊은 생각과 시간차를 두고 견줘 보기는커녕 그냥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내뱉는다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것저것 견주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글쓰기 또는 말하기의 기본이 되는 많이 듣고 읽기(민심 청취)도 갖추지 않은 듯한 발언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이러하니, 국민들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들보다 훨씬 정치적 식견이 높은 정치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본보기가 돼야 하고 국민을 이끌어야 하지만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무책임', '막말', '잊어버림'의 3多를 실천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이 정치인을 본받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인을 평가해서 취사선택해야 하는 곤란한 지경으로 몰고 가버렸다. 다시 말해 현명한 국민이 나서서 정치를 바꾸고 정치지도자를 갈아치우는 웃지 못할 상황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이 말은 국민들이 투표해서 정치인과 정당을 선택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굳이 설명하자면, 국민이 정치에 대한 혐오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정치풍토를 억지로 바꾸어간다는 의미다. 국민이 정치인을 걱정한다는 의미다.

 

정치는 정치인이 알아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꿔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양수 선생의 3다를 기억하고 늘 실천해야 한다. 국가 경영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은 많이 듣고 읽고, 생각을 많이 곱씹은 후 의견을 내뱉거나 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이처럼 품격 높은 정치가 자리 잡을 때 국민이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나아가 정치적·지정학적, 경제적으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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