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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칼럼> ‘님’과 ‘씨’의 올바른 쓰임은?
기사입력: 2022/07/04 [12:50]
박정수 진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박정수 진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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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독일의 평론가인 슐레겔은 "말은 인간 정신을 그대로 본떠 놓은 것이다"고 했다. 실제 말은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담은 그릇이라는 생각도 든다. 말이 흐트러지면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세조 때, 명나라 사신 진감이 본국에 돌아가 황제에게 "조선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다"에 칭찬을 했다 한다. 여기 예의는 주로 행동으로 나타나는 예의를 말했을 것 같은데, 그 말속에는 말에 관한 예의도 담겨 있다는 면이 보여 진다. 공자는 그의 제자 안회에게 한 말 가운데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로 예를 강조했다.


우리는 외국인으로부터 "한국은 예의바른 나라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한국에 고유한 배달말(우리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특징인 높임말(존대어)이 있다. 이 높임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말 들을 상대편(들을 이)을 높이고, 다른 하나는 풀이말(서술어)의 주체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 높임에는 단계가 있다. 곧 '아주높임, 예사높임, 반말, 예사낮춤, 아주낮춤'이 있다. 그래서 우리말로의 대화는 구조상 조심 있게 진지하게 안 할 수 없다.


최근에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향후 모든 보고서·문서 등에서 법무부 간부를 호칭할 때 '-님'자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이는 보고서·서류에서의 호칭어인 '장관님'을 '장관'으로, '차관님'을 '차관'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 핵심 내용은 '보고서(문서)'에 표기되어 있는 '장(차)관님'을 호칭어로 볼 것이냐 안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재직할 때, 한동훈 장관이 추미애 전 장관을 '추미애 씨'라고 불렀던 일이 있었다. 한동훈 장관이 호칭한 '추미애 씨'를 두고, 추미애 전 장관 측에서는 '씨' 표현을 지적했다. 문제 중심 내용은 현직 장관의 호칭어 '씨' 표현이 옳으냐이다.


한글학회 우리말 사전에서, '-님'은 접미사로 "사람을 일컫는 말에 붙여 높임의 뜻을 나타냄"으로 설명하고 있다. '-님'은 가정의 가족, 직장의 직원, 사회인을 높여 호칭할 때의 접미사이다. 곧 가정 '부모'를 '부모님'. '아우'를 '아우님', '아들'을 '아드님'으로 높인다. 직장의 상사 직함에도 '-님'을 붙여 '사장님, 과장님, 계장님'으로 호칭한다. 사회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직장에서, 나이가 많으면서 직급이 낮은 직원에게는 상사이지만 '-님'을 붙여 호칭하게 한다. "화법의 실제와 표준"의 호칭어 규정에, 직장 상사에 '-님' 붙임은 필연적이고, 동료(아래직원)에 '-님'은 임의적이다. 이처럼 직장 직원들에서의 '○○○님' 표현은 분명한 호칭어이다. 그러나 보고서·문서 속의 '○○○님' 표현은 호칭어로 자연스럽지 못하다.


자립적으로 쓰이는 명사 '님'도 있다. 만해 "님의 침묵"의 '님'은 '사모하는 사람(연인)'이고, 송강의 "사미인곡"에 나오는 '님'은 '임금'을 뜻한다('님'은 '임'으로 씀을 표준으로 규정함). 이와는 달리 사람의 이름 뒤에 붙는 '님'도 있다. 이는 의존명사로 띄어 써야 한다. 주시경 님, 최현배 님이 그러한 보기다.


한글학회 우리말 사전에서, '씨'는 의존명사로 "사람의 성이나 이름에 붙어 그 사람을 높이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높임 '-님'은 사람 이름(직함)에 붙고, '씨'는 사람 이름에만 붙는 높임말이다. '-님'은 '씨'보다 더 높임말이다. '씨'는 '-님'보다 낮은 높임말로 '아주높임'이 아닌 '예사높임'이다. 국어연구원의 "화법의 실제와 표준" 규정에서도, 호칭어 '씨'는 직장에서 동료와 아래 직원에게만 사용하게 해 놓았다. 문제 되었던 최고의 공직자 장관 '추미애 씨' 호칭. 이 현상은 언어 예절로 봐도 지적할 수 있겠다.


전해온 전통적인 언어 예절은 많이 흐트러졌다. 그래서 1991년 국어연구원과 조선일보가 "우리의 예절·화법의 실제와 표준-"을 규정(출판)했다. 이는 언어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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