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 > 출 판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문 화
출 판
노벨문학상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독재호색 '염소'
기사입력: 2010/11/12 [13:26]
뉴스경남 뉴스경남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지난 7일 스웨덴 한림원은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73)에게 ‘2010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권력 구조의 지도를 그려내고 개인의 저항, 반역, 좌절을 통렬한 이미지로 포착해냈다”고 평했다.
‘염소의 축제’(2000)는 한림원의 이러한 평이 오롯하게 농축돼 있는 소설이다.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 겸 지식인으로서 역사·정치적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염소의 축제’는 32년간 도미니카 공화국을 지배한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 과정을 그린다. 트루히요는 193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래 ‘조국의 아버지’ ‘자선가’ ‘수령’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무소불위의 지도자로 군림했다. 조국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개인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고 탄압을 자행했다. 국민의 일상생활과 정신까지 완벽하게 지배하고자 했던 독자재로 기억된다.
 소설의 배경인 1960년은 트루히요의 도미니카 공화국이 미국으로부터 ‘폭력 체제’라는 비판을 듣던 시기다. 또 미주기구(OAS)의 제재 조치로 경제적 압박까지 받았다. 대내외적으로 극한 상황에 몰려 있었다.
 요사는 이러한 사면초가에 직면한 트루히요의 마지막 나날을 기술한다. 통치자로서 그가 벌인 많은 사건을 일별하며 ‘조국을 위해 손에 피를 묻힐 수밖에 없었다’는 독재자의 고뇌를 짜임새 있게 연결시킨다.
 소설에 등장하는 7명의 암살자 역시 실존 인물이다. 각각 사연은 다르지만 트루히요 정권에 의해 삶 전체를 파멸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독재의 참혹한 폭력을 겪은 후 보낸 고통의 나날과 암살자가 되기까지의 번민도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작품은 세 개의 이야기가 서로 중첩되며 전개된다. 관점과 시간, 공간은 제 각각이나 모두 트루히요의 독재 시절을 재구성한다.
 첫 번째는 트루히요가 암살되기 며칠 전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다가 3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우라니아 카브랄의 이야기다. 독재자의 총애를 받던 각료의 딸이었던 그녀는 아버지를 향해 35년 동안 뜨거운 증오를 품어왔다.
두 번째는 트루히요의 이야기다. 국민들의 위대한 수령이면서도 소변이 새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전립선 문제로 고생하는 일흔 네 살의 노인네로 그려진다. 그의 마지막 나날은 혐오감과 공포심으로 점철돼 있을 뿐이다.
 마지막 이야기는 1961년 5월30일, 독재자가 살해되던 그날 밤으로 돌아간다. 7명의 암살자들은 각자의 비극과 수치심, 패배의식의 근원은 바로 트루히요라고 결론 내렸다. 암살자들의 회상을 통해 고문과 실종, 납치와 살해 등 폭력으로 얼룩진 도미니카의 독재시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제목에 등장하는 ‘염소’는 도미니카 국민들이 트루히요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별명이다. 염소는 번식과 생명력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악마주의적인 육욕적 관점도 내포한다. 트루히요는 과도한 성욕과 남성적 능력을 자랑하는 인물이었다. 각료의 아내와 딸을 비롯, 많은 여자들을 성적으로 정복함으로 자신의 권력이 공고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염소의 축제’는 독재자가 권력을 영속시키기 위해 벌이는 한바탕 희생제의다. 하지만 이와 반대되는 뜻도 중첩된다. 기존 체제의 전복을 꿈꾸는 일단의 암살자들에게 독재자 염소의 죽음은 축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결과적으로 독재자가 벌이는 염소의 축제는 실패로 끝나고 독재자의 피를 요구하는 염소의 축제만이 성공을 거두는 과정을 신랄하게 펼쳐보인다. 1권 336쪽·2권 400쪽, 각 1만2000원, 문학동네
 요사는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간판 작가다. 1994년 스페인어 문화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받았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돼오다 마침내 올해 영예를 안았다.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저항 작가로 손꼽힌다. 페루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었다. 군사학교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도시와 개들’과 홍등가가 배경인 ‘녹색의 집’ 등이 대표작이다. 뉴시스
뉴스경남 뉴스경남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경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