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획/특집
[르포] “염려되는 건 사실이죠”…경남 75세 이상 백신 접종 시작됐다
기사입력: 2021/04/05 [18:11]
구성완 기자/뉴스1 구성완 기자/뉴스1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 한 어르신이 지난 1일 창원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접종 동의율 72.3%…“어르신 대상 백신 안전성 홍보 어려워”
도내 75세 이상 어르신 23만 6567명…17만 403명 72.3% 동의
불편 해소 위해 접종 센터 늘려 도내 23개소까지 마련할 예정


김정호 씨(87)가 나무 지팡이를 짚고서 느릿느릿 언덕길을 올랐다. 다리가 불편해 사위 김형근 씨(62) 왼팔에 팔짱을 끼고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도착했다. 지난 1일 오전 마산실내체육관에서 75세 이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예방 접종이 시작됐다. 오늘 하루 522명의 어르신들이 백신 접종을 위해 팔소매를 걷는다.


 “염려가 되는 건 사실이죠” 사위 김형근 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는 접종 대상자인 장인어른 걱정에 보건소로 전화까지 했다. 김 씨는 “아스트라제네카(AZ)는 혈전이 생긴다고 하길래 화이자 백신은 어떤지 확인을 했었다”고 전했다.


 어머니와 함께 마산실내체육관을 찾은 정연주 씨(57)는 가짜뉴스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주변 어르신들이 가짜뉴스를 전달하면서 어머니가 불안해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제가 안전하니까 맞으라고 하고 모시고 왔다”며 “어제 저녁에는 주변 어르신 한 분이 (어머니에게)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 지난 1일 창원 마산실내체육관에서 지난 1일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어르신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제공)   


 곧 이어 25인승 버스 한 대가 미끄러지듯 멈췄다. 버스 안에서 회백색 머리칼의 노인들이 천천히 내렸다. 마산시보건소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회원1동 △회원2동 △석전동 △회성동 △내서읍으로 나눠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지병이 있는 권영순 씨(85)는 노인용 보행기 위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백신 접종 시간이 다가올수록 표정은 점점 초조해진다. 백신 맞고 잘못될까봐 무섭다는 말을 반복했다. 권 씨는 “자식들이 하도 맞으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맞으러 왔다”고 말했다. 함께 온 요양보호사는 불안해하는 권 씨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 토닥였다.

 

오전 9시가 되자 어르신들이 마산실내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다. 속도는 제각각 달랐다. 휠체어를 타거나 노인용 보행기를 밀면서 각자의 속도로 걸어 나갔다. 출입구에서 행정요원들이 어르신들을 맞았다. 줄을 세우고, 체온 확인을 했다. 행렬에서 흩어진 어르신들은 예진표 접수대 앞에 섰다. 초록색 조끼를 걸친 자원봉사자들이 어르신 옆에 바짝 붙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손가락 끝으로 예진표 문항을 가리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 창원 마산실내체육관에서 1일부터 7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한 어르신이 예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뉴스1 제공)  


이날 접종을 위해 의료진 12명과 보건소 및 창원시청 인력 13명이 현장으로 나왔다. 지역 의용소방대와 주부민방위대, 자율방제단 등 자원봉사자 14명도 함께 했다. 어르신들이 접종을 맞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예진표 작성을 마친 어르신들은 의사와 마주 앉았다. 보건소에서 파견 나온 의사들은 예진표를 살펴보고 어르신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르신, 오늘 어디 불편하세요?”, “몇 달 전부터 다리에 피가 잘 안 통해서 치료받고 있어예”, “하지정맥요? 오늘 더 불편한 건 없어요? 접종 받고 나시면 감기 몸살처럼 으슬으슬 추울 수 있어요”


 의료진의 손길이 빨라지는 만큼 줄은 앞으로 갔다. 김호태 씨(85)가 단추를 풀어 왼쪽 팔뚝을 드러냈다. 의료진은 미리 준비해둔 주사기를 들었다. 주삿바늘이 왼쪽 팔뚝에 꽂히고, 백신이 주입됐다. 백신 접종을 끝내고 대기석에 앉은 김 씨는 한결 평온해진 표정이었다. 김 씨는 “맞기 전이나 후나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백신을 맞은 만큼 안전할 거란 기대가 든다”고 후련해했다.

 

▲ 지난 2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방문한 어르신이 예진표를 접수하고 있다. (뉴스1 제공)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나자 대기석 자리가 점점 채워졌다. 백신 접종을 끝내고 30분 가량은 이상 반응을 살피기 위해 대기석에 앉아 기다려야 한다. 이날 마산시보건소는 연세가 많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은 왼편에 따로 자리를 만들어 대기하도록 했다. 보다 주의 깊게 살피기 위해서다.


 안호철 마산보건소 계장은 “어르신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안전하다는 것을 일괄 홍보하기가 힘든 문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도내 75세 이상 어르신들은 23만 6567명이며, 이 가운데 전날 기준 21만 165명에 대한 동의 조사가 진행됐다. 지금까지 백신 접종에 동의한 어르신은 17만 403명으로 전체 72.3%에 이른다.

 

이날부터 6월 30일까지 75세 이상 어르신과 노인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다. △창원(마산실내체육관) △양산(양산부산대병원) △진주(진주종합실내체육관) △통영(충무체육관)에서 접종이 가능하다. 앞으로 점진적으로 접종 센터를 늘려가 도내 23개소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구성완 기자/뉴스1 구성완 기자/뉴스1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경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