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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김종길 씨, ≪한국 정원 기행≫ 발간
기사입력: 2020/05/31 [18:26]
유용식 기자 유용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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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정원 기행 표지   



조선의 3대 민간 정원부터 별서·주택·별당 정원까지
독자 눈높이 맞춰 인문학적 시각으로 쓴 한국 정원 기행서


경상대학교에 재직 중인 김종길 씨가 ≪한국 정원 기행≫(미래의창, 328쪽, 1만7천 원)을 펴냈다.
김종길 씨는 이 책의 부제로 '역사와 인물, 교유의 문화공간'이라고 붙였다.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를 보여준다.

 

세상의 아름다운 동천과 명승, 건축물 등을 글과 사진에 담아온 인문여행가 김종길 씨는 한국의 옛 정원을 학술서가 아닌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문학적 시각으로 새롭게 썼다.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중국, 일본만 가도 정원 관련 책들과 연구가 매우 활발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연구서도 많지 않지만 그마저도 일반인이 보기 어려운 학술서가 대부분이다.


특히 일부 학자들의 전통 정원에 대한 현학적인 태도로 인해 소수 관련자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우리 정원에 대한 인문학적 기행서는 현재 전무한 실정이다.

 

▲ 한국정원 기행사진 책 p.24 대전 남간정사   



◇정원에 대한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활용도 높은 방법들 제시

 

이 책에서는 그런 아쉬움들을 반영해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방법들을 제시한 점이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먼저, 동선을 따라 정원을 관람하면서 그 특징과 공간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다수의 정원서가 우리 정원을 단순히 열거해 소개하거나 조경이나 건축 혹은 상징물 등의 설명에만 그쳤다면, 이 책은 VR로 구성된 화면을 보듯이 진입로부터 함께 입장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다음으로 정원을 만든 사람과 당시의 시대 상황이 어떻게 반영됐고, 정원가의 사상이 어떻게 구현됐으며, 후손들은 정원을 어떻게 유지했는지를 살펴봤다.

 

▲ 책 p.35 세연정과 세연지   


마치 한 편의 역사서나 다큐멘터리를 보듯 흥미롭게 기술된 당대의 역사적 배경을 읽다 보면 왜 이언적의 '독락당'이 그토록 폐쇄적인지, 흥선대원군은 어떻게 해서 김흥근의 별서를 빼앗아 '석파정'이라 이름 지었는지를 저절로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우리 정원 보는 방법을 별도로 소개함으로써, 실제로 정원 현장을 답사할 때의 유용함뿐만 아니라 직접 가지 않더라도 사진과 글로 충분히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조선시대 3대 민간 정원부터 별서·주택·별당 정원까지 집중적으로 다룬 이 책은 옛 정원 40여 곳의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들과 옛 그림들만 봐도 함께 답사를 다닌 듯한 현장감이 느껴진다.


추가로 그밖의 정원들까지 30여 곳을 짧게 소개함으로써 우리나라에 있는 거의 모든 정원을 책 한 권에 총망라한 셈이다.

 

▲ p. 92 예천 초간정과 괴석   


◇출판사 리뷰: 은일과 합일의 조선의 정원

 

이 책에서는 동서양의 정원의 시초, 명칭 등과 함께 정원의 의미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최초의 정원은 언제부터였을까?


정원(庭園), 정원(庭院), 원림, 별서, 별업 등 옛 정원에 관한 여러 명칭들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학계에서는 아직도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한 문제들은 연구자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다만 연구된 바에 의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원은 인간과 자연, 시대와 문화의 관계가 시각적으로 드러난 곳이었다.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해 상처를 치유하고, 단지 현실의 도피가 아닌 자신을 수양해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고, 우리 삶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은신처이자 미처 예기치 못한 풍부한 세계로 정원은 창조됐다.

 

▲ 책 p.226 아산 건재고택   


특히 조선의 정원은 눈에 띄지 않고, 화려하지 않고, 세속을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의지가 담긴 은자(隱者)의 정원이었다. 양산보의 '소쇄원' 원림이 그랬고, 정영방의 영양 '서석지'가 그랬다.


물론 격동의 시대에 왕과 왕실 사람들, 세도가들이 찾았던 비밀의 정원들도 있었다. 흥선대원군의 '석파정'이 그랬고, 심상응의 서울 '성락원'이 그랬다.


그러나 대부분은 송시열의 대전 '남간정사'나 김계행의 안동 '만휴정'처럼 학자들의 심신수양과 후진 양성, 자연과의 합일이 주 목적이었다. 당시 전국의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들의 최고의 풍류 공간이었던 강릉 '선교장'은 그런 만큼 규모도 크고 화려했지만, 그곳에도 은일한 삶을 사는 공간은 따로 있었다.

 

▲ 책 p.270 강릉 선교장 활래정   


◇한국 정원 관람법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정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요했던 모양이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정원을 산책하는 코스 등을 다룬 <정원을 관람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썼고, 중국 원림에서는 원림에 설치된 '유랑' 등의 교묘한 장치를 통해 넌지시 '암시'하고 경치가 있는 곳으로 '인도'한다. 일본식 정원은 '순로(順路)'라는 것을 설정해 감상 경로를 둔다.


저자는, 한국 정원은 중국처럼 의도된 장면이나 일본처럼 관상 순로를 별도로 두지 않기에, 정해진 길이 아니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다양한 위치와 시점으로 보아야 한국 정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일본 정원은 정적으로 관조하고, 중국 정원은 동적으로 관람하고, 한국 정원은 관조와 관람의 정중동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옛 선비들은 조용히 시를 읊조리며 천천히 정원을 걸었다. 그것을 '미음완보(微吟緩步)'라 했다. 느릿하게 걸으며 나직이 읊조리는 것에서 정원 관람은 시작된다.

 

▲ 책 p.108 대전 남간전사(좌)와 기구정(우)   


누군가 물었다. 우리 옛 정원 보는 법을……. 다만, 이렇게 답했다. 오감을 열어젖힐 것, 풍경 바깥을 살필 것, 그 속을 거닐 것, 나직이 읊조릴 것, 가만히 응시할 것, 깊이 침잠할 것…….-프롤로그(4쪽)


세계 무대에서 연일 쾌거를 이루고 있는 영화와 음악, 음식 못지않게 우리 건축물, 특히 한국의 옛 정원 역시 새로운 한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다만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우리 정원에 대해 잘 알고 그 가치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게 먼저이다. 이 책 《한국 정원 기행》은 시의적절하게 우리에게 찾아온 선물 같은 책이다.

 

▲ 책 p.132 서울 성락원    


◇저자 소개: 김종길

 

세상의 공간을 여행하고 기록하는 인문여행가이다. 남도 민중들의 삶의 터전인 경전선을 《남도여행법》으로 그려냈고, 수도자의 치열한 구도 공간인 지리산의 불국토를 《지리산 암자 기행》으로 드러냈다.
조선 문인들의 은일과 합일의 세계인 옛 정원을 담은 것이 이 책 《한국 정원 기행》이다. 십수 년 동안 한국의 동천과 명승, 건축 등을 사진에 담고 있다.


<월간 문화재사랑>(문화재청)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썼고, 각종 매체 기고를 통해 한국의 문화와 여행의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EBS <한국기행> 등 다수의 방송에 자문과 출연을 했으며, LH공사 등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 강연을 해왔다. 인터넷에선 필명 '김천령'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경상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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