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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칼럼> 가로등
기사입력: 2020/05/31 [12:50]
이노태 함양군청 민원봉사과장 이노태 함양군청 민원봉사과장 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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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태 함양군청 민원봉사과장

허리는 곧게 펴고 절도 있게 머리를 숙여 도열해 있는 가로등을 사열하면서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언제부터인가 당연히 그곳에 있었는데, 간혹 전구 수명이라도 되어 불이 켜지지 않으면 비로소 우리는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해가 지고 뜨는 자연 현상처럼 켜졌다 꺼졌다 해왔으니, 여간 주의를 하지 않으면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이유로 가끔은 고장을 일으키는 가로등에게 따뜻한 눈길을 한 번씩 주자.


'밤의 마지막 날들'이라는 저자 그레이엄 무어는 전구의 발명을 두고 밤이 사망한 것으로 표현하였다. 낮 시간이 밤으로 연장되면서 사회는 엄청난 속도의 변화를 가져왔다.


가로등이 인류문명이 발전해온 통로를 개척해 왔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인체에는 혈관이 있어 혈액을 통해 산소와 필요한 영양소를 손끝에서 머리끝까지 공급한다. 도로는 한 국가의 혈관에 해당하고, 그런 도로가 보다 원활하게 기능하도록 하는데 가로등의 역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간혹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역 공항에 접근하기 위해 선회 비행을 할 때 내려다보이는 도시가 단면도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도시를 곧장 가로지르며 길게 뻗어있거나 거미줄처럼 주택가나 도심지를 이어주는 짧은 도로들이 복잡하게 얽힌 모습에서, 가로등이 그려놓은 도시의 규모를 가늠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요즘 생활 속 거리두기 운동으로 바쁘게 돌아가던 삶의 형태가 물리적 속도로부터도 잠시 비켜선 듯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은 물론 주위의 모습을 세심하게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분들도 있다. 아마 비어있는 밤거리를 지키고 있는 가로등 덕분일 거다. 사람들의 생산이나 소비활동이 줄면서 미세먼지나 탄소배출량이 비교될 정도로 줄었고, 야생동물들이 자주 나타난다는 지구촌 뉴스를 접하면서, 사람은 반자연적인 동물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감각기관 중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것이 시각이라고 한다. 사람은 끊임없이 더 밝은 빛을 찾고자 하는데, 그 빛은 사람에게서 빛을 빼앗아간다는 아이러니한 관계도 새겨 볼 일이다.


백열등에 사용되는 필라멘트는 텅스텐으로, 금속 중에서 녹는점이 가장 높은 3400℃이다. 반면 효율은 매우 낮아서 95%는 열로 방출되고, 수명도 2천 시간 정도로 짧다. LED등(light emitting diode)은, 발광 다이오드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도체이며, 일반전구에 비해 수명이 길고, 수명은 45만 시간으로 전력소모도 적다. 하지만 LED의 경우에도 80% 달하는 열에너지로 인해 전구가 뜨거워지면서 수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요즘은 전구에 소형 모터를 부착, 팬을 이용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전구의 크기도 작아지고 무게도 많이 줄어 스마트해졌다.


불을 켜고 끄는 방식도 발전해 왔다. 광전방식(빛에 반응하여 점등), 타이머 방식(일출·일몰 등의 조건이 입력된 시계를 장착하여 점등), GPS방식(위성으로 수신 점등)이 있는데, 설치비용이 높지만 GPS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처럼 가로등에도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함양군은 '밝고 안전한 함양 만들기'를 위해 읍면가로등 확충사업을 지난 3월 완료했다. 현재 함양군에는 6천 개 정도의 가로등이 있는데, 가로등마다 관리번호가 있어 전산자료를 통해 위치 사진부터 유지관리 이력을 한 번에 확인이 가능하다. 함양군은 현지여건과 주민불편 정도에 따라 가로등을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주택가에서는 눈부심으로 잠을 못 잔다고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고, 농경지주변에서는 농작물이 웃자라기만 하고 결실이 되지 않는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낮 동안 성장하던 동·식물들도 밤에는 휴식이 필요하고, 열매를 살찌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로등 신설은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깊은 밤 비 오는 골목길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헤지기 아쉬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행가속의 희미한 가로등에는, 진공관 방식의 아날로그 전구에 대한 따뜻한 향수와 낭만이 배어있다.


함양군 민원봉사과에서는 가로등에 사용했던 전구와 부속품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함양군이 하고 있는 일들 중에 극히 일부분이지만 기록이자 역사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의 평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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