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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단상(斷想)> 축적의 길, 혁신의 길
기사입력: 2020/03/25 [12:59]
최재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 소장 경제학박사 최재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 소장 경제학박사 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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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혁 경남도농업기술원 약용자원연구소 소장 경제학박사

'한국 산업계는 실행역량은 강하지만, 개념설계 역량이 부족하다. 개념설계 역량을 얻으려면, 도전적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하여야 한다. 그래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몇 가지 혁신과제를 수행하면서 자극을 받았던 이정동 교수의 <축적이 길>이 주는 핵심 메시지다.


한국의 산업은 놀라운 성장을 해왔으나 그 속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정체 현상은 20년 이상 추세적으로 심화된 위기이다.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전망도 어둡다. 그렇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고, 해법 도출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정체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선진 기업들이 그려준 밑그림을 받아와 효율적으로 실행하며(실행 역량) 성장해왔다. 그러나 위기가 왔다. 위기의 본질은 창의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역량', 즉 개념설계 역량의 부족이다. 이 역량은 오래도록 직접 그려보고, 적용하면서 시간을 들여 꾸준히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을 수 있다.


도전적 시행착오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첫째, 시행착오의 경험을 담는 궁극의 그릇, '고수'를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에게 투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고수, 프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있어야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둘째,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키워내는 과정을 스케일업이라고 한다.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념설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성과 인내가 필요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글로벌 챔피언 기업들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힘은 꾸준한 축적으로부터 나온다.


셋째, '혁신의 조합'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전 세계 여기저기 쌓여있는 시행착오를 찾아 열린 자세로 연결하고 배워야 한다. 천재나 놀라운 혁신은 반드시 주변에 축적된 지식이 있을 때 탄생한다. 기술 선진국에는 각 분야에서 오랜 시행착오의 경험을 축적한 고수들이 모여 있다.


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혁신적 조합이 생기고, 이 조합의 결과가 다음 단계의 혁신적 조합의 재료로 활용되면서 혁신은 누적적으로 진화한다. 우리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것을 더 많이 연결해서 새로운 조합의 빈도를 높이는 것도 방법이다. 혁신은 조합이다.


제시된 축적의 길은 우리가 수행 중인 농업연구 분야에도 그대로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시행착오 경험을 담는 연구 고수를 분야별로 육성하고, 그들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한다. 둘째, 연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스케일업 역량을 확대하고, 농업현장을 성공사례로 키워 잘 보존한다. 셋째, 축적된 국내외 지식의 조합으로 혁신을 지속함으로써 농업연구에서의 개념설계 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농업연구 분야에서 축적된 시행착오와 개념설계 역량의 힘은 궁극적으로 농업 전반을 넘어 사회 발전과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할 혁신의 근간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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