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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단상(斷想)> 매화(梅花) 소확행!
기사입력: 2020/01/20 [13:12]
정용모 경남도농업기술원 사과이용연구소 소장 농학박사 정용모 경남도농업기술원 사과이용연구소 소장 농학박사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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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모 경남도농업기술원 사과이용연구소 소장 농학박사

소확행! '소소하지만(小) 확실한(確) 행복(幸)'의 줄임말로, 작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말이다. 어느 정도가 소소하고 작은 것인지, 그리고 확실한 것인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러나 누구나가 다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전년 봄에 매화를 통해 작지만 확실하게 행복을 느끼고 있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고, 나 또한 그에 못지않은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다.


전년 4월 하순경, 나이 지긋한 서울의 한 시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파트 베란다에 매화나무 한 그루를 화분에 심어두었는데 꽃도 피고 새순과 잎도 무성히 잘 자라다가 갑자기 새 가지의 끝과 잎이 시들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증상의 사진도 같이 보내왔다. 처음에는 매화라고 해서 매실농사를 짓는 농업인인 줄 알았는데 베란다에서 매화꽃을 보기 위해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인 줄 알고는 좀 당황했었다. 다행히 매화를 화분재배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조언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증상과 현재 상태에 대하여 듣고 문제점에 대한 대처방법과 주의사항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용인즉 매화꽃과 그 향기가 너무 좋아 매화나무 한 그루를 구입한 후 뒤 베란다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증상으로 아끼는 나무를 죽이지는 않을까 싶어 인터넷을 검색해서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너무나 애절한 부탁이었기에 매화나무와 베란다의 환경조건, 화분의 상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처방을 해주었다. 이후 잊고 있었는데, 9월 초순경 다시 전화가 왔다. 매실 종자를 구해 싹을 틔웠는데 어떻게 옮겨 심어야 할지 몰라서 전화를 했다 하였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발견하고 이루어낸 기쁨과 행복감이 묻어난 활기찬 목소리였다. 순간 이것이 바로 행복이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여 그분의 행복한 순간을 조금이라도 상할까 싶어 조심해서 지금 싹이라고 보이는 것이 어린뿌리이며 이것을 화분에 심는 방법 등에 대해 일러 주었다. 아! 그런 것입니까? 하면서 행복해하는 기운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묘한 느낌이었다. 그 후 9월 하순경, 새싹이 화분의 배양토 표면을 뚫고 나와 자라고 있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그분의 행복감에 젖은 목소리를 또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10월 중순경엔 제법 건실하게 자란 매화나무의 어린 묘를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이제 곧 닥칠 추위에 대비해서 관리방법에 대해 알고 싶어 했고, 겨울을 넘기고 내년 봄에 매화꽃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질문했다. 본인이 직접 파종, 싹을 틔우고 애지중지 정성을 다해 키웠기에 느낌 남달랐을 것이리라. 너무 행복해하고 기대하는 바가 큰 것 같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꽃은 조금 여유롭게 기다리시는 것은 어떻겠냐며, 내년까지 묘를 건실하게 키우고 다음해에 건강한 꽃을 피워 봄이 좋을 것 같다'라고 일러 주었다. 조금은 조바심이 날 법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직접 종자를 이용해 새싹을 틔우고 정성스럽게 관리하여 꽃을 보는 것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일 것이다. 의문점을 해결하고 행복해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어느새 나 자신이 기뻐하며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작은 새싹 하나가, 매화나무 한 그루가, 이렇게 행복을 전할 줄은 몰랐다. 벌써 이른 봄 베란다에서 소중하게 가꾼 매화꽃을 보며 그 향기에 취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낄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아련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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