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획/특집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샐린저, 백종원, 조니 뎁, 뉴욕
기사입력: 2019/11/19 [17:33]
유용식 기자 유용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야경 

 

반항하고 방황하는 청춘 상징,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미국에 미친 영향 짐작 소설출간 70년 지나도 열기 여전
미국에서만 매년 100만 부 가까이 팔리는 소설


내가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은 백종원이 출연하는 것들이다. '골목식당'과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2'. 백종원이 진행하는 방송을 보다 보면 수첩에 메모하고 싶은 말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가 있다.


얼마 전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2'를 보는 데 뉴욕 편이 나왔다. '뉴욕이 사랑한 천재들'을 쓴 사람으로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발걸음을 따라갔다.
화면에 맨해튼 한복판의 기차역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Grand Central Terminal)이 잡혔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승강장이 44개나 되고 66개의 노선이 있는 미국에서 가장 큰 기차역이다. 나는 백종원의 발걸음을 지켜보면서 옆에 있던 아내에게 말했다. "(백종원이) 지금 틀림없이 오이스터 바를 갈 거야.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하면 바로 연상되는 곳이 오이스터 바거든"


아니나 다를까. 백종원은 오이스터 바(Oyster Bar)에 들어갔다. 테이블이 아닌 바에 앉은 그는 두세 종류의 굴을 주문해 굴 맛의 미세한 차이를 열심히 설명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백종원이 그 말을 과연 할 것인가. 내심 했으면 하고 바랐다.
"이 오이스터 바가 유명해진 건 말이쥬. 제롬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 덕분이지유.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여기서…"
백종원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언급했다면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2'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갔을 것이다. 가벼운 인문적 터치로 흔한 '먹방 예능'이 품격있는 교양프로그램으로 신분 상승했을 것이다.

 

▲ 오이스터 바 입구  

 

◇뉴욕 오이스터 바 & 레스토랑 왁자지껄한 남대문 시장통 같은 곳

오이스터 바&레스토랑은 조용하고 우아한 식당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왁자지껄한 남대문 시장통 같다.
기차 출발 시간을 기다리면서, 혹은 기차에서 내려 목적지로 가기 전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는 곳이다. 상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굴 전문 식당이다. 물론 샌드위치나 수프 같은 것도 판다.
뉴요커들은 바에 앉아 생굴과 함께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마시는 것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여긴다.


어떤 도시를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알리는 매개는 미디어다. 폭넓게 보면 영화와 소설도 미디어다.
뉴욕을 배경으로 다룬 소설은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해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최고는 단연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년대 뉴욕이,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0년대 뉴욕이 각각 배경화면으로 등장한다.


올해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제롬 샐린저(1919~2010)의 탄생 100년이다. 곧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 '샐린저'가 나온다.

 

▲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 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저자 제롬 샐린저


제롬 샐린저는 1919년 맨해튼 한복판에서 부유한 유대인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학창 시절은 순탄치 않았다. 컬럼비아대 야간 문예창작과를 다닌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패전국 독일에서 비(非)나치화 특수임무를 맡기도 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 세상에 나왔다. 소설의 주인공은 기숙사 룸메이트와 싸움을 하고 퇴학당한 열여섯 살 홀든 콜필드.


기차를 타고 뉴욕의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그는 뉴욕에 도착하지만, 곧장 집으로 들어가지 않은 채 이곳저곳을 방황한다. 마치 오디세우스가 이타카섬으로 돌아가기 전에 보여주는 기나긴 방황의 축쇄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콜필드는 거침없는 욕설로 위선으로 가득 찬 어른들의 세상을 통렬하게 조롱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젊은이들의 뒤흔들어놓은 것처럼 이 작품은 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놀라운 것은 냉전 시절의 소련에서도 이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 펜실베이니아 역   



소설이 나온 지 7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 고교에서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 다음으로 가장 많이 채택되는 교재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미국에서만 매년 100만 부 가까이가 팔린다. 이후 콜필드는 반항하고 방황하는 청춘의 상징이 됐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가장 많이 알려진 사례가 '캐리비안의 해적'의 배우 조니 뎁의 이야기다. 조니 뎁은 젊은 날 가수를 꿈꿨다. 그러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정신의 소용돌이를 경험해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1980년 12월 8일, 존 레논은 센트럴 파크 옆의 자택 아파트를 나오다가 정신이상자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다. 이 남자의 호주머니에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들어 있었다.

 

▲ 센트럴파크 남쪽의 연못   

 

 

◇세계의 청춘들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뉴욕 처음 상상


세계의 청춘들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뉴욕을 처음 만났다. 그들은 소설을 읽으며 뉴욕을 꿈꾸고 상상했다. '뉴욕에 가면 콜필드의 발걸음을 따라 맨해튼을 멋지게 배회해 봐야지' 펜실베이니아 역,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의 오이스터 바, 라디오 시티, 센트럴 파크,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맨해튼의 이곳저곳이 소설에 등장한다.


이런 수요를 겨냥한, 콜필드의 발걸음을 따라 뉴욕을 여행하는 단행본도 이미 여러 권 나왔다. <독자의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따라잡기> ….
물론 신문과 잡지에서는 이와 관련한 수많은 기획 기사를 쏟아냈다. <독자의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따라잡기>의 경우는 친절하게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와 현재 남아 있어 찾아가 볼 수 있는 장소를 비교해 표기했다.


펜실베이니아 역에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내린 콜필드가 택시를 타고 운전기사에 '센트럴 파크 남쪽 연못'을 가자고 한다. 그리고는 택시기사에게 묻는다.
"저기요, 아저씨. 센트럴파크 남쪽에 오리가 사는 연못 아시죠? 왜 조그만 연못 있잖아요. 연못이 얼어버리면 오리들이 어디로 가버리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겨울철 연못 오리들의 행방은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영원한 관심사다. 이 독백은 불멸의 독백이 됐다.
센트럴파크 남쪽, 아치교가 있는 연못은 호밀밭의 파수꾼 순례자들의 단골 코스다. 뉴욕 맨해튼은 이렇게 콜필드의 방황 덕분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를 문학체험이라고 부른다.

 

 

<글·사진 제공 뉴스1=조성관 작가>

유용식 기자 유용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뉴스경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