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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야 커” 때리고 맞고 방관하고…학생선수 ‘폭력 내면화’ 심각
“폭력 호소하면 운동 그만두게 될까봐 내면화” 인권위, 전국 초중고 학생선수 6만3천여 명 전수조사
기사입력: 2019/11/07 [17:39]
권희재 기자 권희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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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원하고 꿈이 있으면, 스스로 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누가 옆에서 그렇게(폭력행사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중학교, 여자, 펜싱)


“운동할 때는 그래도 무섭게 해야 애들이 딱 군기 잡혀가지고 이제 말도 잘 들을 것 같은데 너무 부드럽게 대해 주시면 좀 운동이 (안되죠). ”(중학교, 남자, 수영)


학생선수들이 구타를 당해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며 폭력을 필요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폭력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7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학생선수가 있는 전국 5274개교의 초중고 선수 6만3211명을 대상으로 인권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초등학생 여자 4968명과 남자 1만3039명, 중학생은 여자 4790명과 남자 1만7162명, 고등학생은 여자 3756명과 남자 1만384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코치나 선배에게 훈련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했지만 이를 내면화한 비율이 높았다.


또 부모들은 이를 방관하거나 오히려 폭력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교 선수(1만8007 명) 가운데 신체폭력 경험자는 2320명(12.9%)에 달했다.


이 가운데 898명(38.7%)은 신체폭력에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함’이라고 답했다.


선수들은 ‘미워서 맞는 것이 아니니까 맞아도 괜찮다’, ‘코치에게 맞는 이유는 제대로 하지 않아서 맞는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다보니 폭력을 문제삼고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도 낮았다.


초등학생들은 신체폭력을 당한 뒤 371명(16%)만이 주로 가족과 동료 운동선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중학생의 경우에도 폭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폭력의 내면화 경향이 계속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중학생선수 2만1952명 가운데 신체폭력 경험자는 3288명(15%)으로 조사됐다.


폭력경험자의 707명(21.4%)이 자기 내면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생선수(양궁전공) A군은 “선배들도 이렇게 했으니까 저희도 이게 (폭력이) 그냥 자연스럽게 됐다.”며 “운동하는 사람들은 맞아야지 정신을 차린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 중학생선수(펜싱 전공) B양은 “어차피 상담센터 가서 운동부인데 맞았다 이런 이야기하면 코치한테 들어갈 수 있어 이용 안한다.”고 답했다.


부모들은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해주지 않고 폭력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향을 보였다.


고등학생 선수(축구 전공) C군은 “부모님들이 그냥 참으라고, 너 멍들고 뼈 부러지고 그런 거 아니면 이라고 말씀했다.”고 답했다.


또 운동이 힘들어 도망친 남자 중학생의 아버지가 아들을 다시 잡아와 모두가 보는 곳에서 폭행한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어린 시절부터 폭력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인식하는 내면화 현상이 생기면 피해를 호소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피해자가 폭력을 당했음에도 소극 대처하게 되고 폭력의 악순환이 될 수 있다.


폭력을 내면화하는 이유로 인권위 관계자는 “내부가 폐쇄적이라서 폭력을 호소하면 운동을 그만두게 될까봐 그런 것으로 보여진다.”며 “어쩔 수 없이 내면화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부모가 이를 말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부모가 다 그렇지는 않지만 대학에 가려면 어쩔 수 없어서 참으라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모도 가슴이 아프지만 운동선수들의 폐쇄적인 구조를 알아서 (폭력에 동조하는 것)”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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