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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온라인 여행업계 성장하려면
기사입력: 2019/11/0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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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 (뉴스1 제공)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아고다, 야놀자, 마이리얼트립….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들이다. 이제 익스피디아로 항공권을 예약하고, 부킹닷컴으로 호텔을 예약하는 모습이 당연한 시대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해외여행을 위해 으레 종합여행사를 이용하던 모습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자유여행으로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42.4%가 OTA(온라인 여행플랫폼, 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목적지를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호텔 예약을 위해 OTA를 방문하는 방문자 수는 호텔 자체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방문자 수의 1.5배가 넘는다. OTA를 활용한 여행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런데 OTA를 통한 온라인 여행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숙박업체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지난 7월 경제부총리 조찬간담회에서 한국 호텔업협회는 글로벌 OTA가 요구하는 최저가 보장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최저가 보장 정책은 숙박업체가 글로벌 OTA에 제공하는 객실가격이 다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객실가격보다 높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숙박업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예약한 고객에게 OTA에 건네는 수수료만큼 싸게 판매하는 것도 금지된다. 그 결과 숙박업체 입장에서는 OTA를 통하지 않은 판매가 어려워져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호텔을 놓치게 된다.


물론 숙박업체나 소비자의 무임승차 행위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애써 품질 좋은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소비자가 OTA에서 호텔 비교 후 실제 예약을 호텔 자체 웹사이트에서 하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최저가 보장 정책은 자칫하면 숙박업체 간 경쟁뿐 아니라 OTA 간 경쟁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저가 보장 정책이 없다면 호텔은 일부 유통채널에서 객실가격을 인하하여 다른 호텔과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최저가 보장 정책하에서는 숙박업체는 모든 OTA에 대한 객실가격을 모두 인하해야 하므로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OTA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최저가 보장 정책 때문에 OTA 간 가격이 동일해지므로 숙박업체에 대해 굳이 수수료를 낮춰줄 유인이 없어진다. 파격적인 할인정책이 아예 불가능해져 신규 OTA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지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결과적으로 숙박업체 간, OTA 간 가격 경쟁이 사라지면서 OTA만 살찌고 소비자는 홀쭉해지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관련법에서 아예 최저가 보장 조항을 금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OTA를 외면하고서는 온라인 여행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OTA를 통해 소비자는 쉽고 저렴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영향력이 커진 만큼 더 큰 책임감도 요구된다. 숙박업계의 무임승차유인을 줄이기 위한 명목으로 도입된 최저가 보장 조항이 이를 넘어서 시장경쟁을 오히려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때다. 그리고 시장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면 적절한 규제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여행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결국 소비자가 만족하는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할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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