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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65일만에 전시 재개 소녀상 직접 보니…'온기·아픔'
기사입력: 2019/10/15 [17:46]
유용식 기자 유용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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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에 전시된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의 ‘평화의 소녀상’ (뉴스1 제공)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전시 관람 후
일본 관람객들 '소녀상' 온기·아픔 느끼려 소녀상 옆에 함께 앉기도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서 지난 9일 오전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를 보던 관객 35명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시돼 있었다. 김운성·김서경 부부 조각가가 제작한 이 소녀상은 작은 소녀상과 함께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소녀상을 마주한 관객들은 모두 벽에 부착된 설명을 읽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일부 관객들은 소녀상 옆 빈 의자에 앉아보기도 했다. 20~60대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 의자에 앉아 자세를 취했다. 한 50대 남성은 소녀상의 주먹 쥔 손을 조심스레 감쌌다. 팔을 쓰다듬기도 했다. 20대 여성은 소녀상의 자세와 똑같이 주먹 쥔 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잠시 앉아 있었다. 30대 일본 남성은 1분 넘게 한쪽 무릎을 꿇고 소녀상을 지켜보기도 했다.


이들 모두 소녀상의 온기를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전시를 본 한 50대 일본 여성은 "'소녀상'의 손을 잡았는데 따뜻함이 느껴졌다"며 "그 옆 빈 의자에 앉아보니 그 아픔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전시 관람 당첨자를 확인하는 사람들   

 

◇일본 우익의 위협으로 사흘 만에 중단됐던 기획전이 65일 만에 재개


이들이 '소녀상'을 볼 수 있었던 건 8월 1일 시작돼 일본 우익의 위협으로 사흘 만에 중단됐던 기획전이 65일 만에 재개됐기 때문이다. 전날인 8일 단 60명만이 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35명씩 6차례 총 210명에게 관람이 허가됐다. 안전을 위해 관람객 수를 제한한 것이다.


이날 관람한 관람객들은 오전 9시부터 나와 추첨에 참여해 당첨된 사람들이었다.
취재 기자도 이들과 함께 번호표를 받았고, 추첨을 통해 운 좋게 35인 안에 포함돼 전시를 보게 됐다.
전시 관계자들은 첫 번째 입구에서 35인에게 번호표와 신분증, 티켓, 그리고 소셜미디어(SNS) 등에 사진 및 영상을 올리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고 전시장 앞에 대기시켰다.


이들은 우선 기획전 관련 내용이 담긴 13장짜리 안내문을 전달해 무슨 전시인지 알 수 있게 했다. 35인 모두 이를 정독하며 차분히 입장을 기다렸다. 11시 25분이 되자 관계자는 35인을 2열로 세운 뒤 전시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 전시장 입구 (뉴스1 제공)  


그러나 안에는 하나의 관문이 또 있었다. '소녀상' 등이 전시된 전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금속탐지기로 몸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뒤에는 "소셜미디어(SNS)에 이 전시장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올리지 말라(전시가 열리는 동안만)"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었다.


앞서 이같은 행위 등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도 제출한 상황이었음에도 민감한 사항이었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다. 우익 세력 등의 테러 등을 막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이미 관객 수까지 조절한 상황에서 다소 과한 조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여러 절차를 거친 35인은 전시장을 가로막은 흰 천을 치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벽에 걸린 작품들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기획전에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과거 정부나 극우 인사들의 압박에 의해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것들이었다.

 

▲ 왼쪽부터 기획전 실행위원인 오카모토 유카, 김서경·김운성 조각가  


전시장에는 한일 양국에서 논란의 중심이 된 '평화의 소녀상'뿐만 아니라 안세홍 작가의 위안부 피해자 사진 등과 임민욱 작가의 '아듀 뉴스', 재일조선인 조연수의 '배상하지 않으면 안 될 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쇼와 일왕(히로히토)을 다룬 일본 작가들의 작품 등이 전시됐다.


전시장 벽에는 이번 기획전을 응원하는 관람객들이 남긴 글도 붙었다. 관객들은 이를 하나하나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했다.


다시 돌아온 소녀상은 14일 아이치트리엔날레 폐막과 함께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일본 우익세력 등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과 일본 시민, 지식인, 예술인들의 노력으로 단 1명이라도 더 소녀상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글들 (뉴스1 제공)   

 

◇“죄송하다 전해달라”…日할머니가 소녀상 작가에게 울며 꺼낸 말


"저는 82세 일본 할머니입니다. 한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다면 전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라고. 이게 일본 할머니의 마음입니다"
지난 9일 오후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12층 아트스페이스A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작가 김서경(54)·김운성(55) 조각가의 강연이 끝나자 한 할머니가 다가와 이같이 말했다.


휠체어에 앉아 있던 할머니는 두 조각가에게 다가와 "미안하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김서경 작가는 할머니를 꼭 끌어안았고, 김운성 작가는 함께 고개를 숙이고 손을 맞잡으며 "꼭 전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다시 휠체어로 돌아가 앉았지만 다시 일어나 김서경 작가에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 한 일본 할머니가 ‘평화의 소녀상’ 작가인 김운성·김서경 조각가에게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대신 미안함을 전해달라고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9일 강연은 지난 8월 1일 개막했지만 사흘 만에 중단된 뒤 지난 8일 재개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와 '소녀상' 제작의도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강연에는 김서경·김운성 조각가와 기획전 실행위원인 오카모토 유카, 아이다 다이야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큐레이터가 참여했고, 약 150명의 관객들과 취재진이 모였다.


두 작가는 "표현의 자유의 부당함에 대해 알리기 위해 미술관 앞에서 전시를 재개하라며 시위해준 분들, 자신의 전시를 중단해준 작가들, 성명서를 내준 작가들과 일본의 여러 양심적인 지식인들에게 감사하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이들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재학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 시절부터 다양한 학생운동을 하면서 "사회에서 다루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을 직시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도 그 작업 중 하나라는 것.


두 작가는 소녀상이 만들어진 배경과 의미, 그 이후 사회적으로 달라진 모습들과 일본 정부의 압력 등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 ‘평화의 소녀상’ 작가 김서경·김운성 조각가의 강연 모습 (뉴스1 제공)  


강연에 온 사람들은 둘의 말을 경청했고, 사진을 찍었다. 잠시 눈을 감고 소녀상의 아픔에 대해 생각하는 70대 노인도 있었고, 종이에 강연내용을 적는 사람도 있었다.
두 작가는 일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도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다며 단순히 반일감정 때문에 소녀상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서경 작가는 "한국군이 베트남 참전 당시 민간인들을 학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들에게 사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베트남 피에타' 조각을 만들었다"며 "그들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운성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일본으로부터) 듣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라며 "당신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우리가 잘못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일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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