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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가을, 걷기 여행길 추천
기사입력: 2019/09/01 [17:37]
한태수 기자 한태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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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비문화탐방로를 찾은 관광객들   

 

관광공사가 추천하는 9월에 걷기 좋은 길 5곳
선비기품·신비로움 갖춘 함양군 선비문화탐방로
화림동 계곡, 조선시대 중국까지 알려진 유서 깊은 명승지

 

어느덧 밤, 낮으로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 여름 동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걷기 여행을 떠나는 시기다. 걷기는 휴식과 운동, 사색, 성찰이 있다. 호모 에렉투스! 두 발로 곧추서서 걷는 것이야말로 만물의 영장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다. 길은 '영장'이 '영장'일 수 있는 본질에 닿아 있다. 멀고 먼 길을 뚜벅뚜벅 걷는 것은 지혜와 깨달음의 경계로 자신을 몰고 가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달의 걷기 좋은 여행길로 여유롭게 힐링하며 초가을의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함양 선비문화탐방로를 포함한 강원도 고성 해파랑길 46코스, 경북 예천군 예천 십승지지 금당실길, 전남 담양군 담양 오방길 05코스 누정길, 경기 파주 평화누리길 8코스 반구정길 5곳을 선정했다.


함양 선비문화탐방로 코스는 함양 남덕유산 자락의 화림동 계곡은 함양 8경 중 하나다. 선비문화탐방로 01코스는 화림동 계곡의 수려한 경관을 따라 6㎞ 정도 이어진 길이다. 옛 선비들이 정자를 짓고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읊던 길을 따라가 보는 코스다. 예부터 '팔담팔정'(八潭八亭, 8개의 못과 8개 정자)으로 이름났던 화림동 계곡은 현재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등 7개의 정자가 남아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고 반석과 정자가 많아 쉬엄쉬엄 걷기 좋다.

 

▲ 선비문화 탐방로 안내도   

 

◇선비문화탐방로


함양은 선비의 고장답게 정자와 누각이 매우 많다. 100여 개나 된다. 선비문화탐방로가 만들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군은 지난 2004년 16억 원을 투입해 2년간 정성스럽게 6.2㎞ 길이의 탐방로를 만들었다.
안의면 월림리, 서하면 봉전리·다곡리 2개면에 걸쳐있는 이 길은 거연정~군자정~영귀정~다곡교~동호정~호성마을~경모정~람천정~황암사~농월정에 이른다. 거리는 6㎞ 정도이고,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걸린다.


이 길을 걷다보면 벗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학문을 논하거나 과거보러 한양가는 길에 잠시 머물러 주먹밥 먹는 장면이 연상된다. 실제 탐방로가 있는 서하면의 화림동 계곡은 과거 보러 떠나는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60령을 넘기 전 지나야 했던 길목이다. 멋드러진 정자와 시원한 너럭바위가 많아 예부터 '팔담팔정(八潭八亭)'으로 불렸다. 쉬엄쉬엄 걷다가 정자가 보이면 잠시 머문다.


정자 앞 크고 납작한 너럭바위가 마치 작은 들판 같다. '달이 비치는 바위 못'이란 뜻의 월연암(月淵岩)과 '해를 덮을 만큼 큰 바위'인 차일암(遮日岩)이 멋을 더한다.
거연정휴게소에서 계곡 따라 농월정에 이르는 길은 잘 정비된 탐방로 덕분에 걷기 편하다. 나무데크가 잠시 끊어지면 논길이 이어진다. 탐방로 마지막 지점인 농월정은 여유로이 계곡 풍경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무엇보다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어 한갓지다.


정자 이름 '농월(弄月)'은 '한 잔 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뜻이다. 농월정은 조선 중기학자 지족당(知足堂) 박명부가 광해군 때 지었는데, 2003년 화재로 안타깝게 소실됐다가 2015년 복원됐다. 영창대군 죽음과 인목대비의 유배를 부당하다고 주장하다 고향 함양으로 유배 왔을 때였다. 농월정 앞 바위에 새겨진 '지족당장구지소'는 '지족당 선생이 산책하던 곳'이란 뜻이다.


걷는 시간은 2시간. 하지만 정자마다에 얽힌 사연을 음미하며 걷다보면 두어 시간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두어 시간보다 더 걷고 싶은 이는 거연정휴게소에서 거연정에 들러 정자를 구경하고 나온 후 일대를 둘러보면 곳곳에 산책로가 나있다.


소나무, 징검다리, 나무데크가 이어지는 길이 곳곳에 있다. 쉬어가는 참에 따끈한 차 한잔과 내친 김에 식사까지 하고 싶다면 거연정휴게소 인근 안의면 농월정 끝나는 지점에서 5~6군데의 식당을 만날 수 있다.
함양대표 음식인 흑돼지고기로 만든 수육, 건강식인 백숙, 갈비탕 등이 뱃속을 든든히 채워줄 것이다.

 

▲ 여행·레저 파워블로그들이 선비문화 탐방로 등 팸투어를 하고 있다.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2년 3월 '선비문화탐방로'를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한 데는 연유가 있다. 1구간 '정자탐방로'와 2구간 '선비탐방로'로 이뤄진 함양 선비문화탐방로는 경남 유일의 역사문화 길이다.


선비문화탐방로는 총 10.2㎞의 길이다. 1구간 정자탐방로는 거연정, 군자정을 출발해 동호정, 람천정, 황암사를 거쳐 농월정까지 이어지는 6.2㎞로 시간은 2시간 30분 소요된다. 2구간 선비탐방로는 농월정에서 오리숲, 광풍루까지 이어지는 4㎞ 코스로 시간은 1시간 소요된다.


두 코스 다 걷기에는 무리가 없지만 탁족만 즐기고 싶다면 1코스가 적당하다. 팔작지붕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동호정, 선비문화탐방로의 마지막 지점인 광풍루까지 이어지는 정자탐방로는 데크로드를 깔아 놓아 걷기에 좋다.


화림동 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시원하게 흘러내리고, 계류 사이로 너럭바위와 기암괴석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동양화 속 풍경 같은 곳이다.
화림동 계곡은 조선시대 한양은 물론이고 중국에까지 이름을 알린 유서 깊은 명승지다. 화림동 계곡에는 정자가 8개 있다.


이 중에서 군자정·거연정·동호정 세 곳이 조선시대에 지어진 것이다. 나머지는 1970년대 이후 새로 올린 것이다.
군자정은 전혀 채색되지 않아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반면, 겹처마에 팔작지붕을 얹은 동호정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거연정은 들쭉날쭉한 고르지 않은 바위 위에 서 있다. 높낮이가 다른 곳에 초석을 놓고 정자를 올렸는데도 전혀 기울어지지 않아 옛 선조의 뛰어난 건축술을 엿볼 수 있다.
정자탐방로를 조선시대 정자 건축 기법을 공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화림동 계곡 (한국관광공사 제공)  

 

◇화림동(花林洞)계곡


화림동(花林洞)은 '아름다운 지역'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물이 함양군 서하면과 안의면을 지나는데 이 일대 골짜기를 '화림동' 계곡이라 부른다.
화림동을 흐르는 물을 '금천'이라 하는데, 흡사 용이 승천할 것 같은 짙은 물의 색깔이 푸른 구슬과 같다고 해 '옥류수'라고도 한다. 쪽빛 물과 기암괴석 위에 올라앉은 정자들은 전국의 어느 정자에 뒤질세라 남성적인 호방함의 기를 맘껏 펼쳐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 정자문화의 대표적인 고장으로 옛 선현들은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뜻으로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라고 했지만 그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이 바로 이 '화림동' 계곡이다. 특히 동호정, 거연정, 군자정 등은 굽이치는 계곡과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거꾸로 흘러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고요히 혼자만의 시공을 느낄 수 있다.


구불구불하고 깊은 화림계곡은 지리산 북쪽의 정중앙을 물고 있는 함양군 북부를 가로지른다. 이 계곡은 옛 선비들에게 술 한잔, 노래 한 가락 읊는 '정자 명소'였나 보다. 거연정, 영귀정, 군자정, 동호정, 경모정, 람천정, 농월정. 6.2㎞ 길이로 개설된 '선비문화탐방로' 지도엔 옛사람들이 놀던 정자가 7개나 그려져 있다.


거연정휴게소에서 계곡 따라 농월정에 이르는 길은 잘 정비된 탐방로 덕분에 걷기 편하다. 나무데크가 잠시 끊어지면 모내기를 끝냈거나 모내기를 위한 써래질이 한창인 논길이 이어진다.
논두렁을 타고 부는 순풍은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듯 생기가 넘친다.


탐방로 마지막 지점인 농월정은 여유로이 계곡 풍경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도로와 멀리 떨어져 있어 한갓지고 조용하다. 정자 이름 '농월(弄月)'은 '한 잔 술로 달을 희롱한다'는 멋스러운 뜻을 지녔다. 술 한잔 기울이고 싶은 넓은 너럭바위가 계곡과 어우러져 근사한 풍경을 빚어낸다.


바쁜 일상을 잠시 털고 물소리에 귀 기울이면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를 옆에서 듣는 양 심신의 평정심과 자아를 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여행이 될 것이다.
영남사림학파의 발상지답게 이곳은 많은 선비들이 세속과 출세를 경계하고 정자에 올라 물소리, 나무와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을 닮고자 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을 반기고 있다. 또 '화림동' 계곡에는 선비들이 걷던 옛길 6.5㎞를 '선비탐방로'로 개설해 가족과 연인이 계곡을 따라 산책을 할 수 있도록 해 놨다.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과거를 추억하게 만드는 시골마을을 만나게 된다. 모내기철에 분주한 촌로와 신록으로 물들어가는 마을풍경은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지친 몸을 쉬어 가려 고개 들어보면 시원하고 품위 있는 정자가 길손을 편안함으로 반기고 그 위에 잠시 몸을 뉘어 바람의 선율을 느끼면 풍류를 즐기던 옛 선현들의 흔적을 현판에서나 오래된 툇마루에서 느낄 수 있다.


남명 조식(南冥 曺植)선생도 이곳 '화림동'을 여행을 했는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흰 바위에 구름은 천의 얼굴이니/푸른 담쟁이 넝쿨은 만가지를 짜는구나/모두 찾아 다 베껴내지 말게하게나/오는 해엔 고사리 캐러 돌아오리니.' 언제나 지리산을 사랑했던 선생이 화림동 계곡에 몹시 흔들렸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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