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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산실은 대학 실험실…4차 산업혁명 이끄는 '기술창업'
기사입력: 2019/08/19 [18:20]
유용식 기자 유용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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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 창업자 겸 CEO가 KAIST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과 특별 세미나에서 ‘인공지능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블루오션 4차 산업혁명 이끄는 실험실 창업 기업
높은 생존율과 고용효과 주목…정부 지원 확대


17살에 세계적인 게임 히트작 '테마파크'를 개발한 천재. 2005년 게임업계를 돌연 떠난 그가 눈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인간의 '뇌'였다. 세상이 깜짝 놀란 인공지능(AI) '알파고'는 그렇게 탄생했다. 인간계 최강자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 얘기다. 데미스 하사비스라는 걸출한 천재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알파고는 그의 혼자 힘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알파고의 '산실'은 하사비스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연구과정에서 뜻을 모은 셰인 레그,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2010년 창업한 '딥마인드'다. 실험실 동료가 창업 동료가 된 셈이다. 하사비스는 박사 과정 중 인간 기억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신경과학적 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알고리즘으로 만드는 연구를 했다.


지난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4억 달러(약 47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할 때까지 사람들은 이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딥마인드의 홈페이지는 '최첨단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기업'이란 한 줄짜리 소개뿐이다.
그로부터 2년 뒤, 구글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딥마인드가 쏘아올린 4차 산업혁명의 신호탄을 전세계인이 목도한 순간이다.

 

▲ 실험실 창업 일자리창출 해외사례 (뉴스1 제공)   

 

◇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실험실 창업’


딥마인드와 같이 대학 실험실에서 쌓은 지식과 노하우, 네트워크를 가지고 회사를 차리는 '실험실 창업'이 전 세계 기술혁신을 선도하며 막대한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를 거두고 있다.
1998년 미국 터프스 대학 교원들이 창업한 유전자 분석장비 개발업체 '일루미나'는 전 세계 바이오 혁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1990년에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한 사람의 유전자 전체를 분석하는 데 13년이라는 세월과 27억 달러(약 3조2천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일루미나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바탕으로 2014년 인간 게놈 분석의 1천 달러 장벽을 최초로 허물었고 계속된 기술 혁신으로 100달러 유전자 분석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 비용의 엄청난 감소로 인해 유전자 검사가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유전자에 따라 맞춤형 치료법을 제시하는 '정밀의료'가 전 세계 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올랐다.

이런 세계 유전자 분석 시장의 80%를 장악한 일루미나는 기업가치가 25조 원을 인정받았고, 고용규모는 약 5500명에 달한다.


이밖에도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컴퓨터공학 교수들이 창업해 지난해 인텔에 17조 원에 팔린 자율주행차 센서 스타트업 '모빌아이',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졸업생들이 개발한 빅데이터 기반의 범최 예측 시스템으로 기업가치 약 24조 원을 달성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 등이 실험실 창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월2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실험실 창업 페스티벌 랩스타트업(LAB Start-Up) 2019’에서 음성 AI 3D 프린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뉴스1)  

 

◇한국도 혁신기술 기반 ‘실험실 창업’ 지원 시동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1~2위를 다툴 정도로 과학기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대학 실험실에 잠자고 있는 기술 씨앗들을 창업으로 싹틔우기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실험실 기술은 아이디어에 기반한 일반 창업 아이템과 다르게 복제가 쉽지 않고, 기술을 보유한 고급 과학기술인 또한 인적 네트워크가 우수해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5년간 총 1738개의 실험실 창업 기업이 설립됐고 특히 지난해 총 442개 기업이 설립돼 1274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은 "실험실 창업 관련 예산을 확대해 과기정통부 지원을 받아 신설되는 실험실 창업 기업을 연간 500개에서 1천 개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실험실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로 창업에 성공해 전 세계 기술혁신을 이끌고 있는 ‘실험실 창업’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나노패턴 제조개발에 성공한 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김소연 교수팀 모습 (뉴스1 제공)  

 

◇‘실험실 창업’ 높은 생존율과 일자리 창출 효과 주목


대학 실험실에 쌓인 논문이나 특허를 들고 나와 기업을 여는 실험실 창업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기술집약형' 창업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아이디어 창업과 차별화 된다.
실험실 기술에 기반한 창업 아이템은 복제가 쉽지 않고, 기술을 보유한 고급 과학기술인 또한 인적 네트워크가 우수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주력산업이 위기를 겪으며 실험실 창업과 같은 기술기반 창업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대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뿐만 아니라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용 창출력이 약화되고 있어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술기반 창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아이디어에 기반한 일반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이 27%에 불과한 반면, 기술에 기반한 실험실 창업은 생존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 또 평균 고용규모도 일반기업은 2.85명에 불과하지만 실험실 창업의 경우 9.5명에 달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더 크다.


이 때문에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 등 벤처 강국들은 대학을 중심으로 실험실 창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미 스탠퍼드대학의 경우 졸업생 14만 명 중 4만 개 기업이 창업해 5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 2조7천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간 학부생이나 청년 중심으로 창업 지원이 이뤄지면서 교원이나 대학원생 등 실험실 창업의 주역들에 대해선 창업 기반 조성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 국내 대학 교원창업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195개로, 대학당 0.5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과학기술 기반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바이오·나노 중심의 실험실 창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기초 원천 R&D 투자를 통해 축적된 연구성과에 기반한 실험실 창업과 후속지원을 위해 총 56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 국내·외 주요대학의 창업성과 (뉴스1 제공) 

 

◇대학에 잠들어 있는 기술 깨워 창업으로 승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서 매년 발생하는 신규확보 기술은 1만8천여 개에 달한다.
그중 4500여 건이 창업 등 사업화가 가능한 우수기술로 관리되고 있으나, 실제 활용되는 3500여 건 중 창업으로 연계되는 비중은 500여 건에 불과하다. 고작 2.7% 비율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2022년까지 실험실 창업 관련 지원을 확대해 현재 연간 실험실 창업 건수의 2배 수준인 1천 개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대학 실험실들이 보유한 연구성과를 창업에 적합한 기술로 고도화하고 후속 연구개발(R&D)을 지원하거나 시장 수요에 부합한 비즈니스 모델(BM)을 찾아주기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연계한 실험실 창업 특화 교육에 70개팀을 선발해 보내고 3개 부처 공동으로 '실험실 특화형 창업선도대학' 5곳을 선정해 육성하는 등 대학 실험실 창업 역량을 강화하는 다양한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분야 창업에 대해선 공공연구기관과 병원 시설과 공간을 창업기업에 제공하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통한 인수합병(M&A)을 촉진하는 등 창업 전주기에 걸친 육성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이창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일자리혁신관은 "앞으로 실험실 창업을 통해 대학과 출연연의 연구성과가 사장되지 않고 시장으로 확산돼 지속적으로 경제사회적 가치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대학과 연구소의 실험실이 우 리나라의 성장동력으로서 혁신성장과 고용창출에 앞장 설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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