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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권 특징, 반성 않는 것…한일관계 악화 日 책임"
기사입력: 2019/08/18 [18:55]
구정욱 기자 구정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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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시타 마사토시 하타제미 고문 (뉴스1 제공)   

 

강제징용 올바른 인식 힘써 온 교육자 하타제미 고문 야마시타 인터뷰
"무리한 규제조치 오래가지 않을 것…TPNW, 한국 앞장서야"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무역수출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도 배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전쟁의 아픔과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끊임없이 기억하는 일본인들은 아베 정권을 향해 경고등을 울린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공유하고 서로 간 우정의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 이들의 평화를 향한 흔들림 없는 움직임을 조명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그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야마시타 마사토시(74) 하타제미(幡多ゼミナㅡル, 일본 시코쿠 고치현 서부에 있는 하타 지역 9개 고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돼 1983년 설립된 세미나 동아리) 고문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벌어진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양국이 갈등을 겪는 것과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는데도 일본 정부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국제법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 대해 정면으로 마주 대하고 제대로 처리해야 할 일인데도 (일본 정부는)한국 탓을 하고 무역(수출규제 강화 조치) 문제에 끼워 넣고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정권, 아베 수상의 특징은 반성하지 않는 것"이라며 "(조선인)강제 연행, 위안부 문제 등을 반성하지 않고 헌법 제9조(평화헌법)를 바꾸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정부가 이번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원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야마시타 고문은 1983년 고치현 서부에 있는 하타(幡多)지역 고등학생들을 모아 '하타제미'라는 세미나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는 1954년 미국이 비키니 섬에서 벌인 수소 핵폭탄 실험으로 인해 방사능에 피폭당한 참치잡이 어선 선원들의 피해 사실을 끈질기게 규명하고 고치현(高知縣) 츠가댐에 강제 연행된 조선인 실태를 학생들과 함께 밝히는데 힘써 온 교육자다.


그는 지난 3일 츠가댐이 있는 시코쿠 고치현 시만토정(四万十町) 시모도(下道) 지역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리더가 돼야 한다"면서 핵무기 폐기 문제에 얽혀있는 일본과 북한 간의 외교 관계에서도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시코쿠(四國) 고치현(高知縣)에 있는 츠가댐(津賀ダム)에 강제동원되거나 인근 무연고로 남아있는 조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8월에 세워진 츠가댐 평화기념비 (뉴스1 제공)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전쟁이 끝난 그 해(1945년)에 태어났다. 전쟁 후(後)세대다. 6형제 가운데 밑에서 2번 째다. 공부는 손에서 놓고 좋아하는 것만 하기 바빴다. 초등학교 때 집 근처 철공소에 있는 대학생으로부터 수학을 배웠는데 거기에는 전쟁 이후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한국인들도 몇 명 있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놀았고 부모님들끼리도 사이가 좋았다.

 

-하타제미를 만든 이유는?


▶고등학교 교사가 돼서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수업보다 학생들과 지역으로 나가서 직접 알아보는 것이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현대사를 배우는 것이다. 하타제미는 학교 안에 속해 있는 부 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결정하고 지역으로 나가서 알아보고 조사한다. 자신의 발밑부터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학교로 구성된 세미나 동아리를 만들었다.

 

-츠가댐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 문제는 어떻게 알게 됐나.


▶고치현 가시와섬(柏島)에서 특공기지 관련 조사를 하다가 한 조선인이 터널 공사 도중에 폭발 사고로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왜 조선인이 여기서 공사를 하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더 큰 장소에서도 공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생들과 조사해보니 츠가댐에서 많은 조선인들이 끌려와 작업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강에 그런 역사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도 얼마 없었다. 그래서 현장에 80번 정도 왔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지역 주민들을 직접 만나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


▶지역주민 가운데 미야모토 마치(90)라는 분으로부터 '당시 초등학교 같은반 친구 중에 가족의 강제 징용으로 일본으로 오게 된 '쿠니모토 후쿠쥰(이복순 추정)'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이야기를 들으면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알고보니 미야모토 씨는 전학생이었고 쿠니모토 씨는 조선 사람이었기 때문에 타지에서 왔다는 동질감 같은 게 있었다. 한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맞을 때면 다른 한 명이 막아주기도 했다. 학교에 보관된 학생 명부를 뒤지다가 실제로 '쿠니모토 후쿠쥰'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하지만 주소는 적혀있지 않았다. '친구를 꼭 찾고 싶다'는 미야모토 씨의 바람이 츠가댐 강제징용 희생자들을 밝혀낸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쿠니모토 후쿠쥰 씨가 히로시마에서 피폭을 당했다는 소문을 듣고 학생들과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히로시마 한인 피폭자 협회에도 문의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부산까지 가서 찾았지만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고 이때 학생들은 한국인 학생과 만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학생들과 만나 서로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공부를 하는지 알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그때부터 한일 청소년간 교류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양국간 관계가 악화된 적은 많았지만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었다. 계속해서 쌓아온 신뢰관계 덕분이었다.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 수출규제 조치를 강화하면서 양국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의 아베 정권, 아베 수상의 특징은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이 전쟁에서 해왔던 강제연행, 위안부 문제 등을 반성하지 않고 법을(헌법 제9조, 평화헌법)을 바꾸려고 하는데, 이것은 정부가 일을 크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지고 있는 것은 주로 일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개인의 피해보상 청구권이 있고 이건 국제법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이 사안을 정면으로 마주 대하고 제대로 처리 해야하는 일인데도 한국 탓을 하고 무역 문제에 끼워 넣은 것이다. 일본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만들고 있지 않다. 지금은 이런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최근 일본산 제품이나 소재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 교류에 대한 위기감도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나.


▶아베 정부는 한국과 북한을 적으로 삼아서 선거를 유리하게 만들어왔다. 밖으로 화를 내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적게하면서 선거를 이기는 수단으로 써왔다. (정부가 추진하는)이같은 무리한 조치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본다. 국제적으로도 반발을 받고 일본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도 대화(소통)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많이 왔고 일본 사람들도 한국에 많이 가고 있다. 문화적 공통성도 있고 공감대도 퍼져가고 있는데 이것을 갑자기 축소하는 것은 무리다. 한번 민중에게 뿌리내린 것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것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이제는 민간에서 정부에 주문해야 하는 시기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본은 지금 반대로 가고 있다. 제일 의지해야하는 한국을 뿌리치고, 북한과 관계를 끊고 있다. 제일 먼저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한국과 연결을 통해서 북한 문제에도 대처해야 하는데 이걸 내팽개치고 있다. 이런 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아베 정권은 사실 약해지고 있다. 지금 내가 제일 강조해서 말하고자 하는 또 하나는 핵무기 금지조약이다. 유엔에서 결정한 사항을 일본과 한국, 북한이 노력하지 않고 있다. 한국이 리더가 돼야 한다. 앞장서서 리드하기 가장 좋은 입장이다. 한국, 북한이 다같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도 미국 밑에서 북한을 위협하면 안된다. 한국도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한국이 유엔의 핵무기 금지조약(TPNW, 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에 참가하자고 (북한을)부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이것은 한국의 과제이기도 하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다면 우선 서로를 찌르거나 해치지 않는 우정을 만들어야 한다.

 

▲ 지난 4일 오전 츠가댐 평화기원비 앞에서 일본인들이 강제징용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헌화하고 있다(뉴스1 제공) 

 

◇아베 정권의 '한국때리기'…궁극적 목표, 평화헌법 개헌 통해 전쟁 가능국으로 '전환'하려는 플랜


일본이 지난달 초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2차적인 경제 보복성 조치로, 한일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금단의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멍청한 무역전쟁"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가계 소비가 1천억 엔이 줄어드는 등 비정상적 경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일본이 '수출로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오히려 수출 규제를 확대하는 조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왜 이렇게까지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일까.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와해'다. 이를 발판 삼아 평화헌법을 개헌해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남북 분단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 총리였던 요시다 시게루는 한국전쟁의 발발을 "신이 일본에 내린 선물"이라고 표현했던 만큼, 일본 경제는 남북 분단 상황에 기대 재도약했다.


그 후 아시아 최강국을 자부해 온 일본은 1991년부터 부동산 거품이 붕괴해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 경제대국이란 위상은 추락했고, 고령화 현상도 심각해졌다. 이런 일본에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의 급성장은 그들에게 불편함을 넘어 위협으로까지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반도에 평화가 드리울수록 동북아 질서가 재편되고, 과거 일본이 틀어쥐던 기존의 질서는 해체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점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는 한국을 적국(敵國) 가능성이 내포된 잠재적 적국으로 분류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호사카 유지 세종대 정치학 교수는 최근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한국이 북한과 더욱 평화 공존이 되면 오히려 일본보다는 한반도가 동북아 질서에서 큰 힘을 갖게 된다"며 "(그 때가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들로 일본이 한반도 영향력의 조기 차단을 위해 북한과의 협력을 방해하고, 한국에 경제적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한반도에 찾아온 평화의 봄은 '공공의 적'이었던 북한이 평화라는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게끔 했고, 이는 '북풍'으로 성장해 온 아베 총리에게 더 이상 북한을 군사적 긴장의 대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아베 총리는 새로운 '공공의 적'이 필요해진 것이다.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바꾸기 위한 헌법 개정의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내부 결속용 '대상'이 필요하고,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 도래해야 한다.


한국에 대한 조치는 아베 총리로선 훌륭한 정치적 카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해 한일 관계 악화는 물론, 한국의 반발적 성격이 녹아든 대일강경 정책은 자국 안보 위협에 좋은 명분이 된다. 이를 활용해 군사력 증강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일본의 조치는 한국의 주요 산업군이 필요로 하는 1100여 개 품목이 들어 있기에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훼손시키고, 한국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즉각적인 상응조치를 유도했다.


이 총성없는 전쟁의 배경에는 재집권에 성공한 아베 총리와 극우세력들의 과거 메이지 시대의 '영광' 되찾기가 짙게 깔려있다.


이들은 과거 북핵 위기론을 내세우다 이제는 한민족 위험론을 주장하면서, 내부 결속을 꿰해 대(大)일본제국의 부활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에서 뒤쳐지고 있는 일본의 불안감은 이처럼 치밀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내세우게 했다.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들은 점점 더 우경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일본의 '한국 때리기'에는 북한의 배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은 무역 보복의 시발점이 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서도 결코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는데, 이는 훗날 북일 수교를 맺게 될 경우 북한이 일본에 천문학적인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일본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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