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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지방대 예술계열] 예술학과…취업률 등 이유 통폐합 우선순위
기사입력: 2019/08/08 [18:05]
구정욱 기자 구정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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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4일 제38회 재학생 발표회에서 3학년과 4학년 재학생들이 마지막 춤판을 벌이고 있다. 13번째 팀이 '잊혀진 무게'를 주제로 몸짓 연기를 펼치고 있다(박병민 씨 제공/뉴스1)   

 

부산 동아대 이어 경성대도 무용과 폐과…2년 뒤 사라져
대학지원사업 특수목적 집중…"인문·예술 지원 병행해야"
고용안정 보장된 예술인 극소수…프리랜서·파견직 등 약 70%


지방대 예술학과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학 안에서는 산업 수요나 취업률 연계성이 낮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퇴출 대상으로 지목된다. 주요 대학재정지원 사업은 지방대 예술학문을 배제하고 지자체의 문화시설 인프라 구축과 지원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머잖아 지역예술마저 고사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지역 예술학과 실태와 지역문화예술을 보존하기 위한 해법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지방대 예술학과의 고사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2012년 동아대 무용학과가 폐과됐고, 2018년부터는 경성대 무용학과의 신입생 모집도 중단됐다. 경성대 무용학도들의 재학생 발표회는 올해 5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16년 경성대와 신라대는 교육부의 프라임(PRIME) 사업 참여를 결정하면서 무용학과 폐과를 잇따라 통보했다. 당시 학생들은 연일 1인 시위와 예술대학 존속 기원 춤판을 벌이면서 '배움의 권리를 빼앗지 말 것'을 호소했다.


쟁투 끝에 신라대는 학과를 지켜냈지만 경성대는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결국 폐과 수순을 밟게됐다. 경성대 무용학과는 앞으로 약 2년 뒤 캠퍼스에서 완전히 사라진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대와 신라대가 무용학과를 보유한 유일한 대학으로 남게 됐다.


국립대인 부산대도 지난해 재정악화를 이유로 예술대학 강의료를 절반 삭감하고 강의시수를 줄이는 개정안을 추진했다가 학내 반발에 부딪혔다. 학년별 수업 전과목을 개편하고 통합시키는 진통 끝에 급한 불은 껐지만, 재정난을 명목으로 언제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이 같은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주된 이유로 꼽히지만 교육부의 각종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예술 학문을 배제하는 탓도 크다는 지적이다.

 

◇경성대 무용학과 신입생 모집중단…재학생들의 ‘마지막 춤판’


지난 5월 14일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무용학과 재학생들의 마지막 발표회가 열렸다. 재학생이라고는 3학년과 4학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학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출연진과 스태프를 보충해 힘겹게 열린 무대였다.


당시 한혜리 경성대 학과장은 "쓸쓸한 환경에서 의연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 젊은 무용학도들"이라면서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격려를 부탁기도 했다. 이날 무용학과 재학생 13팀이 솔로 무대와 군무를 통해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무대를 내려왔다.


배정현 학생(4학년)은 "올해가 지나면 4학년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마음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무용수로서 전문성을 더이상 부산에서는 갈고닦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는다.


여민수 학생(4학년)은 "무용인으로서 보면 부산에서 무용은 더이상 힘든 분야, 비주류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순수무용이 정체성을 잃고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무용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내가 순수무용을 어떻게 전파하고 보급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라며 "진짜 열정있는 친구들과 같이 무용 콘텐츠를 만들어 외부와 소통하고 이를 토대로 예술단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사기가 떨어진 학생들을 다독이고 졸업마저 포기하려는 학생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는다.


최은희 경성대 무용학과 교수는 "예술인을 위한 장학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모집인원이 적더라도 정예멤버를 우수하게 키워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졸업한 이후에도 직업적으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고 전문 무용수로서 연계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순수무용은 시대적 흐름에서 보더라도 꼭 필요하고 육성해야 할 자산"이라며 "하지만 현실은 방송매체에서 접하는 상업적 댄스에 치중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입맛 따라 바뀌는 대학재정지원사업…배제되는 지역 예술학문


지난 2016년 신라대와 경성대가 무용학과 폐과를 추진했던 이유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프라임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수요와 연계한 교육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아래 이공계를 중심으로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평균 100억~300억 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대학들은 거액의 재정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전투적인 자세로 학내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당시 평가요소는 학사 구조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학과 1개를 폐과하면 가산점 3점이 부여됐다.


대학들은 산업수요에 맞춘 학과 통폐합을 위해 대대적으로 손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교육을 시장주의와 경제논리에 종속시킨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교육부의 프라임 사업은 결국 올해부터 폐지됐다.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 2018년부터 일반적인 재정지원사업과 특수목적 지원사업 등 2가지 구조로 단순화했다.


하지만 기초학문이나 보존해야 할 특정 학문은 국립대가 도맡게됐고, 지역 사립대의 경우 기본역량을 강화하는 혁신지원사업을 통해 미래형 창의인재를 양성한다는 타이틀에 얽매이는 신세가 됐다.


올해 7월 기준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BK플러스, 대학혁신지원사업, 전문대학혁신지원, 일반대 링크플러스, 전문대 링크플러스 6개 사업이 대학재정지원 전체 금액 가운데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목적은 연구, 대학기본역량 강화, 산학협력 3가지가 전부다. 주요 대학재정지원사업 항목 가운데 지역 예술을 보존하기 위한 재정지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오래전부터 취업률이나 학생 충원율을 중심으로 정부가 재정지원 평가를 많이 해왔다"며 "자연적으로 기초학문이나 예체능 학과들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지역대학 안에서도 인문사회계열과 예술계열을 특화시키고 싶은 곳이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정부재정지원사업이 특수목적에 관련된 사업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지원사업의 경우 중장기 발전을 세우면 3년간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정부가 (특정 방향으로) 정책을 견인하는 행위를 지양하고 인문학과 예술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문화재단이 발행한 2018 예술인 실태 및 예술인복지 만족도 조사 보고서에 나온 전업예술인 고용형태 (부산문화재단 제공/뉴스1)   

 

◇졸업 후 직면하는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생계 문제


대학을 졸업한 젊은 예술학도들은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고달픈 생계 문제에 우선적으로 직면한다.


열악한 문화공연 시설에 연습 공간을 찾는 것조차 힘든 현실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예술인들은 지역에서 자신의 패기와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공연 프로젝트나 창작 지원금을 따내고 싶어도 수상이력이 없거나 검증받지 못한 상황이라면 더욱 지원을 받기 어렵다. 새내기 예술인들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다.


전문가들은 연극, 무용, 음악학과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단련할 수 있는 '실험극장'을 구축하고 순수예술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사회안전망으로 끌어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립무용단 등용문 바늘구멍…졸업생 목빠진다


무용학과를 졸업한 학생 대다수는 직업무용단의 무용수로 취업하길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예술교과 강사를 맡거나 학원강사, 문화센터 강사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용학과 졸업생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 관련학과를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의 처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예술교과 강사의 경우 학교별로 연간 1명만 채용하기 때문에 이마저도 운이 따라야 한다.


부산에서 직업무용단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부산시립무용단이나 국립부산국악원에 입단해야 한다. 부산시립무용단 인원은 훈련지도자와 수석단원, 부수석단원 등을 합하면 40여명이고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도 30명 안팎이다.


단원들의 정년까지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학사 졸업생이 빈자리를 뚫고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비슷하다. 상설공연 계약직이나 정단원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이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 때문에 벨기에 무용전문학교 '파츠(PARTS, The Performing Arts Research and Training Studios)'를 본뜬 국립 또는 시립 종합예술학교를 부산에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세계 춤 시장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무용 허브센터를 추진하거나 한국예술종합학교 캠퍼스를 일부 부산으로 이전해 균형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무용센터 부설 직업무용단이 생기면 졸업생들도 안정적인 직업활동과 창의적인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고 자연스레 지역문화 부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은희 경성대 무용학과 교수는 "예술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학교를 졸업한 젊은 청년 예술인들이 자생하기가 너무 척박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며 "무용센터가 건립되면 춤추는 공간의 열악한 환경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25일 서울에서 국립무용센터 건립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만일 추진된다면 우선적으로 영남권의 부산 분원을 진행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재학생·졸업생 청년 예술인 작업공간 태부족…실험극장 ‘블랙박스 씨어터’ 구축 제안


춤이나 연극, 뮤지컬에 대한 열정이 있는 학생들이 고된 환경 속에서도 문화재단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따내더라도 정작 관객들에게 선보이거나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 1시간당 2만~3만 원을 내야 하는 안무연습실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대학 연습실에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쪼개 연습할 수밖에 없다. 재학생과 서로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 때문에 젊은 청년들이 형식과 내용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실험극장 '블랙박스 씨어터'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제기된다. 굳이 대형작품이 아니더라도 마음껏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쇼케이스' 형태의 실험적인 공연을 시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블랙박스 씨어터는 서울지역 대학로와 문화회관, 명문 사립대 부설 극장에 주로 설립돼 있지만 부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학을 갓 졸업한 예술인일수록 활동 이력은 빈 종이에 가깝다보니 관객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작품에 계속 참여하면서 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지역 예술인 복지실태 ‘상상 이하’…“기본적 사회안전망 편입시켜야”


부산문화재단이 발행한 '2018년 예술인 실태 및 예술인 복지 만족도 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전업 예술인과 겸업 예술인 1404명 가운데 3년 동안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이 있는 예술인(65.8%)의 연간 평균수입이 100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9.8%는 최근 3년 동안 예술활동을 통한 수입이 전혀 없었다고 응답했다.


연 평균 수입이 30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8.7%에 불과했다. 전업 예술인 고용형태는 프리랜서가 49%로 가장 높았고 기간제 계약직은 18.6%로 나타났다. 정규직은 9.5% 뿐이었다. 일용직 1.6%, 파견 또는 용역직도 0.4%를 차지했다. 전업 예술인 가운데 약 70%가 불안정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특히 기본적인 사회보험에서도 동떨어진 예술인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겸업 예술인과 전업 예술인 2000명 가운데 국민연금 가입자는 32.2%에 불과했다. 특히 30대 이하 청년층(47.3%)과 전월세 형태로 거주(44.9%)하는 경우 미혼 예술인(48.1%)의 공적 연금 미가입 비율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다. 직장이 없다보니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인원도 70.5%에 달했다.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예술인 복지정책을 연구한 송교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지식공유실장은 "기초학문이나 순수예술 학문의 폐과 현상은 그동안 대학에서 진행돼 온 교육과 내부적 시스템에도 책임이 있다"며 "타 시·도에 비해 부산은 문화시설이나 지원이 빈약하고 졸업을 해도 갈 곳이 없어 예술인들이 주저앉는 악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복지정책을 수립하면서 예술가들의 4대보험 정착이 우선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랜서라서 고용보험도 없고 노후보장도 안되는 실정인데 지자체가 앞장서서 예술가들을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 편입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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