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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신현세 장인 의령한지
50여 년 전통방식 지켜온 신현세 장인…작업과정도 국보급
기사입력: 2018/11/07 [19:09]
이정민 기자 이정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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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중앙연구소에서 한지를 이용해 복원된 이탈리아 문화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800여 년 전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이 한지(韓紙)로 복원됐다'

지난 2016년 12월 이탈리아 로마로부터 날아든 낭보다.
'카르툴라(Chartula)'라는 명칭의 프란체스코 기도문은 이탈리아 국보급 유물. 지류(紙類)문화재 복원에 일본 화지를 대부분 사용하던 유럽국가에서 한지가 쓰였다는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복원에 사용된 종이는 의령한지. 신현세(72) 장인이 만든 한국의 종이다.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이 소장하고 있는 카르툴라는 평생 빈자들과 함께하며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프란체스코 성인이 선종 2년 전인 1224년, 그리스도에게 영감을 받고 지은 '하느님 찬미가'와 '레오 수사를 위한 축복 기도문'을 직접 적어 넣은 양피지로 가톨릭 역사와 이탈리아 중세사에서 차지하는 가치가 높다.

 

◇지류문화재 복원 '세계 최고' 인증

 

이 일을 계기로 '신현세 전통한지'는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 도서병리학연구소(ICRCPAL)로부터 '지류문화재 복원 인증서'를 받았다. 한지로는 최초다.


도서병리학연구소는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지류 복원 기관으로, 우리 정부가 연간 수천억 원에 이르는 유럽 내 지류문화재 복원 시장을 일본 화지가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을 깨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한지 인(in) 유럽' 프로젝트를 펼친 결과이기도 했다.


카르툴라를 포함, 이탈리아 중요 유물 5점을 복원하는 데 사용된 '신현세 전통한지'는 이듬해인 2017년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복원에 사용됨으로써 그 진가를 다시 한 번 발휘했다. 제작연도가 1960년이라고 알려진 교황의 지구본은 지름 1.2m, 높이 1.8m, 둘레 4m의 거대한 크기이다.


교황청은 지구본 복원에 어려움을 겪던 중 장력이 우수하고 곡선면에서도 주름이 잡히지 않고 깨끗하게 붙는 신현세 전통한지를 사용해 복원에 성공했던 것이다.
이와함께 주름이 잡히는 다른 종이를 지구본에 배접해 비교 발표까지 하면서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이에 한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탈리아에서 인증을 받는 한지가 늘어남에 따라 그동안 서양의 문화재 복원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일본의 화지를 대체하는 재료로서 한지의 활용 가능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종이를 뜨는 신현세 장인    

 

◇보존전승 돼야할 전통방식

 

한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들은 한옥과 아침에 따사로운 햇살이 방안으로 들어 오는 건축구조에 가장 한국적인 멋으로 인정한다.
한옥 방으로 들어오는 따사로운 햇살의 원천이 되는 것은 바로 천년을 견딘다는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방식으로 제조된 한지로 창과 문을 발랐기 때문이다.

 

한지는 여름철에 불어오는 바람이 통하지만 한겨울에 서릿 바람을 막아내는 보온 기능도 뛰어나다.
국내 닥나무는 중국산보다 섬유질이 질겨 공예품이나 연을 만들때는 국내산 한지를 사용해야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이런 한지 제작 전통방식을 50년째 고수 해오고 있는 의령군 신현세 장인은 산업구조의 변화와 함께 한지의 생산도 기계화 기업화되면서 전통 수공업에 의한 닥종이 생산은 그 명맥을 잇기도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됐지만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 떠 낸 종이에서 발을 걷어내고 있는 모습    

 

◇관공서부터 국내 수요 확대해야

 

의령의 '신현세 전통한지'는 100% 국산닥, 천연잿물 및 황촉규, 촉새발 등 도구를 사용해 전통방식의 수작업으로 생산한다.
제조방식 또한, 백닥을 흐르는 물 속에 넣어 일광 표백과 닥 방망이를 이용한 두드림 등 화학물질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식물성 분산제 사용으로 전통적인 외발뜨기 방식이다.


한지 한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닥나무를 삶아 일일이 그 껍질을 벗겨 티를 고르고, 방망이로 두드려 닥 섬유를 연하게 한다.
이어 닥풀을 섞어 종이를 뜬 후 말리는 작업 등 종이의 틀을 갖추기까지, 한지 한 장을 만드는 데 무려 99번의 손을 거친 후 100여 번째에 비로소 한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백지(百紙)'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이같은 우수한 한지의 국내 수요가 예전과 같이 그리 많지 않은 현실이다.
신 장인의 희망사항은 "관공서부터 임명장이나 공식 서류에 한지를 사용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6월부터 조선시대 교지(敎旨)용 한지와 가장 근접한 전통한지를 재현하기 위해 T/F팀을 구성해 한지 장인을 현장 방문하고 문헌 조사 등을 펼쳐왔다.

이 결과 전국 11곳의 전통한지 제조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의령의 '신현세 전통한지' 등 전국 5곳의 전통한지 제조업체를 정부 포상용지 납품업체로 최종 선정했다.


당시 행자부는 "훈·포장이나 공무원 임용장은 국가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나타내는데 현재까지 일제 강점기때 일본에 의해 변형된 일본식 유사 한지로 사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정부기관 등의 표창장 및 임명장에 한지 사용을 확대하고, 각 자치단체에 한지사용촉진조례 제정 권장을 하는 등 전통한지 수요 확산을 위한 노력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신현세 장인이 수 많은 손길로 완성시킨 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신현세 장인 '의령한지장 지정' 전통 계승

 

신 장인이 반세기를 거쳐오면서 쌓아 온 손놀림 하나하나가 사실 국보급 기술로 전수자가 없어 대가 끊길 위기에 있었다.
다행히 올해 3월부터 문화재보존학을 전공한 박재균(33) 씨가 전수자로 선정됐다.
"신현세 장인의 한지가 최고"라는 지도교수의 말을 듣고 몇 년째 졸라 이제 겨우 배우기 시작했다.


의령은 닥나무가 자라기 좋은 기후 조건으로 과거에는 한지의 명산지로 전국 최대의 한지 생산지였으나 현재는 일부 제조업체만 남아있는 가운데 신현세 장인이 전통한지 제조기법을 고수해 오고 있다.
의령군은 지난해 11월 신현세 장인을 '의령한지장'으로 지정하고, 봉수면 신반천을 중심으로 한지체험장, 한지전시관 등을 포함한 '국사봉권역사업'을 추진해 의령한지의 맥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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