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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폐조선소가 랜드마크로'…'한국판 말뫼' 통영의 꿈
1조1000억 투입 도시재생 추진…일자리 1~2만 개 창출
기사입력: 2018/05/15 [18:38]
김갑조 기자 김갑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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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시 도남동 신아sb 조선소에 높게 솟은 크레인    

 

 

무너진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 높아


"조선소 폐업하고 동네 분위기는 말 그대로 암울했죠. 수천 명이 한꺼번에 떠나면서 집값과 상권은 몰락했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니죠. 이번엔 정부가 직접 나선다고 했으니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주민들 대부분이 기대하고 있어요" (도남동 거주 주민 60대 A씨)


지난 8일 오전 통영시 도남동 신아sb 조선소 부지에 도착하자 녹이 잔뜩 낀 콘테이너 박스 10여 개가 1열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부지 내부는 가림막에 가려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높게 솟은 크레인이 과거 조선소 부지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사무실 건물은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인근 상권도 무너져 유동인구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았다. 노후화된 상가 건물엔 "벽체 타일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주위를 당부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사실상 조선소부지 일대는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정부, 사업비 1.1조 원 투입해 도시재생 박차

 

1946년에 설립된 신아sb 조선소는 한때 통영 경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조선업 침체에 따라 2010년부터 쇠락의 길로 들어서더니 2015년 11월 끝내 파산했다.
이후 관련 종사자까지 포함해 약 5천 명의 근로자가 실직해 주변지역 70%가 공실·공가로 남았다. 지역을 지탱한 산업이 급격히 무너지자 반전카드가 절실히 요구됐다.

최근 신아sb 조선소 일대에선 '도시재생'이라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정부는 통영시와 손을 잡고 총 사업비 약 1조1천억 원을 투입해 문화·관광 허브로 조성하고 산업 재편을 통한 글로벌 관광거점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신아sb조선소를 포함한 인근 51만 ㎡ 지역이 도시재생 뉴딜사업(경제기반형) 대상지역으로 선정됐다. 이번 사업을 통해 1만2천 개의 일자리와 5천억 원 규모의 건설 수요가 창출될 것이란 예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와 통영시가 도시재생 공동 시행자로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금뿐 아니라 민간자본 활용 등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 3월 신아sb조선소 부지를 매입해 도시재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국제설계공모를 진행해 이른바 '한국판 말뫼'로 통영을 탈바꿈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웨덴 말뫼는 조선업 붕괴로 지역 경제가 파탄났으나 1990년대 중반 도시재생을 통해 교육·문화·관광도시로 재탄생했다.


박상우 LH 사장도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통영 도시재생에 대한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에서 통영을 가보지 않고 죽으면 억울하다는 말이 나오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있다"며 "박경리 작가 등 통영의 문화적 자산을 기초로 획기적인 랜드마크를 마련해 마스터플랜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도시재생 뉴딜사업(경제기반형) 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신아sb조선소 부지 전경    

 

◇흉물에서 랜드마크로…주민들 기대감 높아져

 

정부는 조선소 부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국제적인 휴양·업무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입지한 세계적인 수변도시로 만들기 위해 국제 설계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에선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케이블카와 루지뿐 아니라 전혁림미술관·통영국제음악당 등과 연계한 도시재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전국구 관광상품을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통영은 조선소 폐업 이후 관광과 수자원으로 경제가 지탱하고 있다"며 "이번 도시재생으로 도시를 살릴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설계과정에 필요한 큰 그림을 제시한 상황으로 지명초청 설계업체를 5~7곳 선정할 계획"이라며 "현재 남아 있는 조선소 본사 건물도 리모델링을 통한 재활용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조선소 폐업 이후 인근 원룸 매물과 상가 매물이 쏟아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설명이다. 이번 도시재생 발표로 한동안 하락했던 집값도 다시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실제 지난해 정부가 도시재생을 발표하자 인근 원룸과 아파트도 집주인들이 일단 매물을 걷어들이고 분위기 탐색에 나선 상황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시장에 풀렸던 매물이 개발 기대감으로 사라졌다"며 "인근 아파트 호가도 소폭 상승해 집주인들이 구체적인 개발계획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 통영시 아파트 가격 변동률 추이 그래프(자료=부동산114 제공/뉴스1)    

 

◇계속된 미분양에 고전…집값에도 훈풍 불까

 

통영시 아파트값은 공교롭게 신아조선소 폐업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통영시 연도별 아파트 매개가격 변동률을 보면 △2015년 1.91% △2016년 -0.72% △2017년 -0.7% △2018년 -0.95%(5월4일 기준)을 기록했다. 전셋값도 비슷한 흐름이다. 2015년 2.32% 상승에서 2016년 0.08% 하락했고 지난해 보합세를 유지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상주인구가 떠나면서 통영시 전체적인 집값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별한 개발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침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항남동 소재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조선사업이 무너져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며 "인구는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죽림신도시 조성 등 신규 공급이 넘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분양시장 역시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통영시는 부실공사 논란 등이 겹치면서 준공후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통영시 미분양은 지난 3월 기준 1414가구로 전년 동기(257가구)와 비교해 450% 증가한 수준이다.


죽림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도시재생에 대한 구체화된 계획이 나오지 않는 데다 시간이 필요해 당장 변화가 나타나긴 어렵다"면서도 "일자리 창출과 상주인구 증가로 무너졌던 분위기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재생 추진 과정에서 해결과제도 여럿 남아 있다. 신아조선소 부지로 진입 경로가 통영대교와 충무대교로 한정돼 있다. 추후 교통체증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우려다. 통영대교를 통해 진입하는 차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수동에 거주하는 한 50대 주민은 "통영시내는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에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주민들 사이에선 도시재생이 활발히 진행되면 지가상승으로 동네를 떠나야하는 고민과 개발 기대감이 공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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