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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구조조정 STX…한달 시간 벌었지만 불안감 여전
기사입력: 2018/03/12 [18:27]
전병칠 기자 전병칠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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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STX조선해양 '선각공장'에 한 직원이 크레인을 움직이며 작업을 하고 있다.    

 

 

도크엔 배 대신 파도뿐…골리앗 크레인도 멈춘지 오래
5번 구조조정 견뎌낸 직원들 "결과 지켜볼 것" 한숨만


 

지난 9일 오전 11시,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조선소 현장에는 '쾅쾅', '쿵쿵' 철판을 두드리는 작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박 수주가 잇따르던 STX 전성기 시절의 바로 그 소리였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방금 두 귀로 똑똑히 들었던 작업 소리가 환청이었나 싶을 정도로 현장은 휑한 분위기였다.
선박에 사용될 철판을 절단하고 붙이는 작업을 하는 '선각공장'에서는 몇몇 직원들이 한창 작업에 열중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STX에서 작업 열기는 이 곳 뿐이었다.


허공에 치솟은 1500t 골리앗 크레인 등 크레인 4대는 진작에 멈춰서 있었다. 배가 있어야 할 도크에는 바닷물만 넘실거렸다.
지난 8일 정부의 구조조정 발표의 충격 때문인지 STX조선해양 조선소의 모습은 적막하다 못해 싸늘하게까지 느껴졌다.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로 넓은 공간이 열기와 활기로 꽉 차있던 모습은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간간이 눈에 띄는 직원들의 얼굴은 무표정이거나 수심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 STX조선해양 한 작업장에 직원 2명이 이동하고 있을 뿐 휑하니 비어 있다.    

 

◇배 없는 도크엔 파도만 '넘실', 골리앗 크레인도 오래 전 멈춰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무슨 좋은 일이 있다고 힘이 나겠느냐"면서 손사래를 쳤다. 더 이상 얘기를 이어갈 수가 없었다.
다만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고 이미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면역이 생겨 이제는 그저 넋 놓고 담담하게 결과만 지켜볼 뿐"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선각공장을 제외한 나머지 공장들은 지금은 거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수주 절벽'이 이어지면서 작업 공백이 생긴 탓이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만 해도 연간 60척 정도 배를 건조했다.
이 때는 365일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다들 바빴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으로 이런 풍경은 이제는 옛말이 돼 버렸다. 현재 선박 건조량은 과거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 여파로 직원들의 수가 크게 줄었다.
직영·사내협력사를 합쳐 한 때 8000명에 달하던 전체 직원들은 5번에 걸친 구조조정 끝에 지금은 2200여명으로 줄었다.
앞서 만난 직원의 긴 한숨이 절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취하는 직원들에게서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어렵사리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그리고 같은해 11월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받아 수주를 겨우 이어오면서, RG발급을 위해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30%를 감축한다는 자구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와 채권단에서 고강도 구조조정과 노·사 동의서가 포함된 고정비 40%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 직원은 "생산직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고 하는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에도 내달 9일까지 정부가 요구한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STX조선해양은 다시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기로에 처해졌다.
STX조선해양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못하고 있다. 수주활동을 해서 물량을 채워야 고정비를 낮출 수 있는데, 수주의 가장 기본인 RG(선수금환급보증Refund Guarantee)를 잡아놓아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체 매출이 늘어나야 일정하게 들어가는 고정비 비율을 낮출 수 있지만 RG발급을 안 해주니까 악순환만 계속된다"고 하소연했다.

 

 

▲ STX조선해양 현장에 있는 1500t 골리앗 크레인이 멈춰서 있다.    

 

◇"생산직 75% 또 구조 조정하겠다니…" 직원들 한숨만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STX조선해양지회도 정부·채권단의 결정을 규탄하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STX지회 한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회사 정상화를 위해 끝없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생산직의 75%정도를 구조조정한다는 것에 누가 동의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16척이 수주된 상황이며 이를 건조하기 위해서는 3000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정규직을 내쫓고 비정규직으로 그 자리를 채우자는 게 정부의 의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일자리도 지켜주지 못하는데 무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양질의 일자리를 운운하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번 정부와 채권단의 결정으로 STX조선해양은 1달의 시간을 벌었지만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해 이번 사태를 둘러싼 불안감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KDB산업은행은 내달 9일까지 컨설팅 수준 이상의 자구계획과 사업 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의 제출을 요청했다.

산은이 요구한 자구계획은 고정비용 감축과 자산매각·유동성 부담을 자체 해소하는 것이다. LNG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로 사업 재편도 추진해야 한다.


산은은 "노사 확약서 징구 시 정상 영업을 위한 필수 전제인 R/G 발급은 수주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별적으로 취급하며, 국민 경제 부담 최소화 측면에서 신규 자금 지원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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