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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고금담리(古今談理) (67) : 우물 안 개구리의 행복
기사입력: 2018/02/13 [10:36]
한상덕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한상덕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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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덕 경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주위를 둘러보면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때는 사회지도층이나 기업인·부자들이 아니면 누리기 힘든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과 고비용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지만, 요즘은 저변이 많이 확대돼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멀리 필드로 나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골프 연습장이나 실내 스크린골프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골프가 가까이 다가와 있음에도 나는 아직 골프를 모르고 산다. 골프채를 만져본 적도 한번 없다. 친구들이 많이 권유를 함에도 여태 그 재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또 경험해 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유는 내 주변에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일이란 게 뭐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사소한 일상 중의 잘잘한 그런 일들이다.


지인 중에 생각이 비슷한 미용실 원장 한 분이 계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 아버지가 돈 기십만원을 주며 그러셨단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고등학교까지 공부시켜 주는 것이고, 결혼은 이 돈으로 미용기술을 배워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라" 그 젊은 원장은 아버지의 명령이 죽도록 싫었지만 거역할 수가 없어서 미용기술을 배웠단다. 그러나 배우기만 할 뿐 절대 직업으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 맹세했는데, 하다 보니 세상에 이보다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가 있더란다.


그로부터 미용실은 생업의 터전이 됐고, 행복을 구가하는 놀이터가 됐단다. 일 년에 쉬는 날이 몇 번 안 된다고도 했다. 주위 사람들이 하도 해외여행이라도 한 번씩 하면서 살라고 성화여서 내키지도 않은 패키지여행을 떠밀려 신청했다가 끝내는 취소하고 말았단다. 왜냐고 물었더니, 찾아올 고객들을 생각하니 도저히 자리를 비울 수도 없고, 또 어느 외국 어느 좋은 곳을 구경해도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에 그랬다고 했다.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덥수룩하고 지저분했던 고객의 머리가 자신의 손길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갈 때, 가슴에서 솟구쳐 오르는 성취감과 행복감이란 세상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가 없다는 말에 가슴이 뭉클했다. 자그마한 사업체 공간에서 어쩌면 짜증도 나고 힘도 들 그런 일을 하면서도, 그녀는 그 공간을 자신만의 '창조적 예술세계'로 승화시켜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살아온 것이었다. 일상에서 만들어가는 '비범한'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일이라도 자발적으로 하면 여행 같고, 여행도 억지로 하면 일 같아진다"고 한 심리학자 최인철 교수의 말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나는 성공의 비결은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는데 있다"는 말을 좋아하게 됐다. 성공은 당연히 비범한 일을 통해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드물고 기인(奇人)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적지 않은 성공 사례들을 보면 일상에서의 자그마한 '창조적' 발상과 노력, 그리고 성취욕으로 이뤄낸 경우들이 많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함으로써 이뤄낸 결과들이다. 어쩌면 이런 과정 속의 순간순간들이 행복의 편린(片鱗)이 되고, 이것들이 모여 인생 전체의 멋들어진 행복 모자이크 그림 하나가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엔 내가 모르는 더 크고 짜릿한 행복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재미를 느끼면서 만족감으로 살아간다면 그 자리 또한 행복의 '꽃자리'요 성공의 '꽃자리'가 아닐까 한다. 지족상락(知足常樂)이라 했던가? 족한 줄을 알면 언제나 즐겁다는 말이다. 나 같은 우물 안 개구리식의 행복도 스스로 행복이라 여기면 이 또한 남부럽지 않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행복지수는 남들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에서 만들어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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